나찌가 독일의 실업 문제를 해결한 방식 중의 하나가 여성의 노동시장으로부터의 배제였음. 나찌 정당의 공식 강령이 여성은 당의 간부가 될 수 없다는 것. 히틀러 집권 이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여성 전문직을 배제하고 이들이 집에 머물며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정책적으로 강제하였음. 문제는 이 방식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는 것.
여성이 전혀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을 때보다 여성의 일부가 노동시장에 참여할 때는 전체 가구의 불평등을 줄어듦. 그 이유는 빈곤층이나 준빈곤층 여성이 노동시장에 먼저 참여하기 때문. 여성 노동 시장 참여가 전반적으로 확대되어 중상층의 여성이 노동시장에 들어오면 가구 불평등은 증가함. 중산층 여성이 교육도 더 많이 받고 전문/관리직을 취득할 확률이 높기 때문.
나찌가 전문직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함으로써 남성 노동자의 전문직 취득을 용이케하고 전체 가구 불평등은 줄인 효과가 있었음.
나찌와 비교하는 것이 좀 극단적이기는 하나, 한국에서 실업률이 매우 낮게 유지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역시 여성의 노동시장으로부터의 배제. 한국의 여성은 교육 수준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있음. 그 결과 한국의 교육 받은 남성들은 경쟁률이 절반으로 줄이들어 손쉽게 전문/관리직을 취득할 수 있었음.
경제적 빈곤층의 여성들은 어차피 허드렛일을 하면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노동시장 배제 효과는 주로 "괜찮은 일자리"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효과임. 이는 한국에서 가구 불평등을 낮추는 효과도 있음.
한국이 나찌의 정책을 베낀 것은 아니나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배제는 동일한 이데올로기적 메카니즘에 동일한 정책적 효과임.
많이 알려져 있듯 한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전세계적으로 낮음. 국가 간 비교지수에서 한국의 성평등 지수가 낮은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여성의 노동시장 배제임. OECD의 일원인 정상적인 국가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여성 지위 향상이 요구됨. 그래서 비례대표도 절반은 여성으로 채우는 것. 이데올로기적으로 여성 지위 향상이 필요함.
고령화와 출산율의 저하로 노동인구의 감소가 예상되는데, 가장 적절한 해결책은 여성을 노동시장에 편입시키는 것. 한국은 인구 구조 상 앞으로 여성친화적 정책을 펴야지만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음. 이민의 확대도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여성의 시장 참여 확대라는 방식을 제쳐두고 이 정책을 취할 확률은 낮음. 여성 친화적 정책의 확대는 구조적 imperative임.
박근혜 정부 초기에 인구 대비 고용자 비율을 70%까지 높이는 것이 국정 목표로 제시한 적이 있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여성고용을 늘려야 함. 비록 당시 제시했던 방법은 여성 고용이 아닌 고령층 고용을 늘리겠다는 엉뚱한 소리였지만, 극보수의 국정목표도 여성 친화적일 수 밖에 없었음.
이데올로기적으로나 장기적 관점에서의 인구 구조로 볼 때 여성 친화적인 정책을 펴야만 하는데, 이 정책이 단기적인 경제위기와 기술발전으로 인한 실업률 확대와 충돌하는 것이 문제.
20-30대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자진해서 탈락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니 남성들은 과거에 비해 경쟁률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을 체감하게 됨. 게다가 과거에 비해 여성 차별적 고용 관행을 줄어들어서 경쟁률은 산술적인 노동공급 증가를 넘어섬. 또한 신규 고용이 감소하니 현재의 젊은 남성은 자신의 선배들에 비해 경쟁률이 5-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여기게 될 것.
여성지위 향상의 이데올로기적 구조적 필요성과 여성차별을 통해 사회 안정을 유지했던 구체제가 경제 위기 속에서 충돌하고 있음. 그러니 익숙한 과거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여성혐오가 나오게 됨.
이에 대한 손쉬운 해결책은 없음. 고통 속에서 여성차별적 구조의 구조 조정을 하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