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그래프는 예전에 주간동아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임. 이 블로그에서도 예전에 한 번 소개했었고.
IMF 이전에는 학력과 관계없이 결혼은 누구나 하는 생애 이벤트였음. 특히 여성의 경우 학력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30대 초반이면 누구나 결혼을 하였음. 하지만 IMF 이후 남녀의 학력별 결혼 패턴에 큰 변화가 발생하였음.
우선 남성의 경우 90년대 후반부터 저학력자는 결혼하기 힘들어졌는데 이 경향이 매우 심화되어 30대 후반까지 결혼하는 확률과 학력은 완전히 정비례함. 고졸자 중에 30대 후반까지 결혼하는 비율은 60% 밖에 안됨.
여성의 경우 IMF 이후 결혼과 학력은 뒤집어진 U-커브를 그리기 시작함. 이는 이전에 없던 현상임. 선진국에서는 고학력 여성의 결혼 확률이 낮았지만, 한국은 IMF 이전에는 초대졸 여성보다 대졸 여성의 결혼 확률이 오히려 더 높았음. 한국 여성의 교육은 노동시장 보다 결혼시장을 위해서 였음.
하지만 IMF 이후 대변혁이 시작됨. 남성과 마찬가지로 학력이 아주 낮으면 결혼 확률이 떨어지지만, 학력이 높아도 결혼확률이 떨어지기 시작함. 고졸의 결혼확률이 가장 높고, 중줄이하가 가장 낮음. 남성과는 정반대로 대졸 이상의 고학력 여성이 중줄 다음으로 결혼 확률이 낮음.
고학력 여성의 낮은 결혼 확률은 고학력 여성이 (적어도 30대 초반까지는) 결혼시장보다 노동시장을 중시하기 시작한 신호로 보임. 2005년이 되면 그 경향이 극명하게 드러남. 이 연령대가 바로 70년대생, 90년대 학번임.
고학력 여성이 결혼시장보다 노동시장을 중시하기 시작한 첫 세대인 70년대생들은 30대 후반이 되면 모두 결혼시장에 진입하고 노동시장에서 탈락함.
그 이후 세대는 고학력 여성이 30대 중반이 되어도 노동시장에서 탈락하는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
이들 신여성이 노동시장에 남아서 사회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게 앞으로 한국사회가 남녀평등으로 나아가는데 매우 중요함. 소수의 선택받은 여성지도자만 목소리를 높이는게 아니라 규모가 큰 인구코호트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을 가진 첫 세대가 바로 현재의 30대 여성임.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여성차별 철폐가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조직되어야 한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