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기사: 중학생 13만명 줄고 대학 진학률 70%대 무너져…대학 ‘비상’


대학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만 막상 닥치기 전에는 잘 실감이 안날 것. 얼마나 드라마틱한 감소가 예상되는지 후덜덜함.  




한국의 신생아수는 1971년이 102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1970: 100만

1975: 87만:    5년 전 대비 13만명 감소 (13% 감소)

1980: 86만

1985: 66만:    5년 전 대비 20만명 감소 (23% 감소)

1990: 65만

1995: 72만

2000: 63만

2005: 44만:    5년 전 대비 19만명 감소 (30% 감소)

2010: 47만

2015: 43만



1970년 이후 신생아수 변화는 3번의 급감기와 3번의 안정기로 나눌 수 있음. 보다시피 각각의 감소기에 분모가 더 작아졌기에 절대수 대비 비율적 감소폭은 더 커졌음. 70년대초의 13% 감소에서 2000년 후반은 30% 감소로 감소폭이 크게 증가하였음. 


신생아수 감소가 장기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집중된 급격한 감소인 것도 재미있는 특징임. 예를 들어 81년과 82년의 감소 폭이 매우 크고, 2001년과 2002년의 감소폭이 매우 큼. 왜 그런지 나는 잘 모름. 


3번의 안정기는 75-80년 사이의 짧은 시기와,  1985-2000년 사이의 15년 간, 그리고 2005년 이후 현재까지의 10여년간임. 물론 5년 단위로 대충 본 것이고 각 연도별로 살펴보면 구체적 기간은 변화함. 그러나 대략적 추세를 보는데는 아무 문제 없음.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과거에도 신생아수의 큰 감소가 있었는데 대학 진학자수는 별로 줄어들지 않음. 하지만 앞으로는 큰 감소가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대학 진학률의 변화 때문임. 


1970년대 초반 출생자들이 대학에 진학하던 1990년대 초에는 고졸자의 대학 진학률에 30%초반에 불과하였음. 전체 대학신입생수가 30만명이 조금 넘었음. 


그런데 1970-1975년 사이 13만명의 신생아수가 감소했지만, 이 코호트가 대학에 진학할 때 진학률은 약 10%포인트가 증가함. 출생 코호트 사이즈는 줄었지만 대학신입생 코호트 사이즈는 오히려 약간 증가하였음. 70-75년 의 신생아수 감소는 대학 진학자수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음. 


1980-85년 사이 신생아수가 감소한 코호트가 대학에 가던 1999-2004년 사이에도 대학 진학자수는 문제가 안됨. 그 전 시기 상당 기간에 걸쳐 꾸준히 대학 진학률이 증가하였고,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짧은 시기에 진학률이 10%포인트 가까이 추가로 증가함. 2000년대 초에는 80%가 대학에 진학하기에 65만 코호트 사이즈에 80% 진학률을 대비하면 대략 대학 신입 코호트 사이즈는 50만명이 됨. 1970년생 코호트에 비해 코호트 사이즈는 35% 줄었지만, 대학 진학 사이즈는 70% 증가한 것. 


고교 졸업 인구가 줄었음에도 대학가기가 더 어려워 진 것은 이처럼 경쟁자가 늘었기 때문. 


어쨌든 신입생수의 변화와 대학증원 확대로, 비록 여러 부침이 있지만, 50만명 전후의 졸업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추세는 2000년생 코호트가 대학에 진학하는 2019년까지는 지속될 것임. 많은 사람들이 대학의 위기를 떠들지만 아직은 1985-2000년 사이의 신생아수가 안정된 코호트가 대학에 진학하는 호시절이라 할 수 있음.  


하지만 위에 링크한 동아일보 기사에서 써있듯 2020년 부터 사정이 완전히 달라짐. 80%를 넘던 대학 진학률이 70% 이하로 쪼그라들고 앞으로도 더 감소할 가능성이 큰데, 출생 코호트 사이즈는 2000년 이후 2-3년 사이에 30% 감소함. 대학 진학률을 70%로 가정하면 신입생 총수는 대략 30만명이 조금 넘을 것. 60%로 진학률이 떨어지면 대학 신입생 수는 27만명으로 낮아짐. 앞으로 5년 이내에 대학 신입생이 갑자기 40% 가까이 격감할 것으로 예상됨. 


이렇게 되면 모든 대학이 정원을 축소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음. 대학의 1/4-1/3이 문을 닫는 것도 막연한 공포만은 아닐 수 있음.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대학이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됨. 교수 출신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신생 박사가 교수직을 얻는 것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하늘의 별따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함. 


그야말로 대학에 헬게이트가 열리는 것. 


2020년 부터 상당 기간 새로운 equilibrium이 형성될 때 까지 어느 대학이 살아남아 버티는가가 관건이 될 것임. 





ps.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최근 이화여대의 평생교육 단과대 설치 시도를 앞으로 다가올 고난의 행군시기를 버티기위한 준비과정의 하나로 이해함. 교육부 주도의 대학 "개혁"에 불만이 많겠지만 파편화된 개별 학교 입장에서는 다른 뾰족한 대안이 있지도 않음. 이화여대 사태가 앞으로의 대학 변화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장으로 진화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건 물건너 간 듯.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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