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괴기스러웠던 내용은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끊고 살겠다는 다짐. 지금까지 가족과 인연을 끊고 살아서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래서 이 사단이 생겼음. 그래서 앞으로는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다고. 대통령이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도 닦는 자리인가? 


대통령 담화가 아니라 출가선언문인가? 


이러려고 대통령했나 자괴감이 들어, 온갖 번뇌를 떨치기 위해 출가? 





이 번 담화의 대상은 국민 전체가 아님. 영애에게 애뜻한 감정을 지니고 있고, 박대통령을 개인적으로 흠모하던 영남*고연령층의 감성에 호소하여 이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게 목적임.


영남*고연령층의 이탈은 대통령이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 이 의심을 불식시키고 연민을 불러일으키면 지지율을 일정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 


권력구조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던 이유는, 일정정도 지지율을 회복하여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고 차후 현재의 정국이 안정되면 대통령에게 주어진 제도적 장치에 의존하여 권력과 권위의 일부 회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 


특히 검찰 수사 결과 대통령에게는 잘못이 없는 것으로 나오면 버티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것. 그러니 담화문에서 이 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규정하고, 자신이 직접 관연한 기업 모금은 "선의의 도움"으로 기술한 것. 





이 번 사건을 대하는 정치권의 자세는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함. 사건 초기의 거국내각, 과도내각 제안은 성급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으로 움직이고 있음. 


하지만 이 번 담화에서도 분명히 했듯이 결정적 증거가 없으면 박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을 것. 결국 칼자루는 검찰이 쥔 것.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사태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음. 


검찰이 사건을 축소시킬 것으로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나,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지는 않음. 일단 개입된 검사의 숫자가 많고, 관련된 피의자가 늘어나고 있음. 검사 숫자가 많아지면 사건을 축소 조작하면서 통제하기 용이치 않음. 또한 상황이 위중하고 박근혜의 위치도 흔들리다 보니 대부분의 피의자들이 각자 자기 구제를 위해 힘쓸 수 밖에 없음.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벌어지는 것. 


박대통령의 범죄 사실이 나오면 하야에서 탄핵으로 정치권이 움직일 수 밖에 없고, 그러면 결국 하야하게 될 가능성이 있음. 


한겨레 기사: 박대통령 재단출연금 1천억으로 늘려라 지시


검찰관계자의 입을 통해서 한겨레에 이런 식으로 박대통령을 압박하는 내용이 흘러나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포인트임. 그것도 박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자마자임. 검찰이 느끼는 대통령 압박 조사의 어려움과 부담을 여론 형성을 통해서 덜어내는 전략. 이런 식의 누설이 계속 일어나면 이는 검찰(일부)의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는 간접 증거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는 건 성급.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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