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해한 때에,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헌법적 절차가 탄핵이다.
그 외에는 대통령의 헌법 위해, 법률 위해에 대한 헌법적 절차가 있나? 내가 알기로 없다.
하야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자기가 정하는 것이고, 개헌은 헌법/법률 위해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해에 대해 헌법이 정한 규칙은 탄핵 밖에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사회적 계약의 기초인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진퇴에 대한 규정이다.
따라서 헌법적 절차를 따른다면 탄핵이 기본이고, 대통령이 자진하야하면 탄핵의 현실적 필요성이 없어질 뿐이다.
어디서 원로라는 양반들이 튀어나와서 대통령에게 4월말에 하야하는 것을 조건으로 탄핵을 중지하라는 초헌법적 제안을 하고, 이를 대통령이 받아들이고, 조선일보 같은데서 지지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사회에서 주권자인 국민을 대표하는 선출된 권력은 대통령과 의회 뿐이다. 원로가 무슨 자격으로 헌법적 절차의 중단을 권고하나? 왜 이 자들의 제안이 헌법적 절차에 앞서야 하나? 아무리 국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낮다 할지라도 국회 만이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성을 가진다.
최순실 사태 자체가 선출되지 않은, 따라서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 권력의 국정농단인데, 이 사건의 해결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개입으로 마무리해야 하나?
헌법에 기초해 국가가 운영된다고 믿었던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써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나는 선출된 권력으로써의 정당성을 잃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결심하고 국회에 그 일정을 정해줄 것을 요청한 것 자체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선출된 권력은 대통령과 국회 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정당성이 없으니, 남아있는 유일한 선출 권력에게 권력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해를 응징하는 탄핵을 중단하고 여야가 대통령의 하야 일정을 합의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자신의 하야가 헌법이나 법률의 위해에 기반하고 있음을 명백히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하야 일정 논의가 헌법이 정한 규칙인 탄핵과 같은 전제 조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는 3차 회담에서 자신이 탄핵당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강변하였다. 그가 말한 자진 하야는 잘못은 없으나 정치적 편의를 위해 시혜를 베풀어주는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에서 말하는 4월 하야는 헌법 정신의 실현이 아니다. 대통령이 헌법/법률 위해로 권력의 정당성을 잃었을 때는, 국민이 그들의 또 다른 대표기관인 국회를 통해 그 권력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4월 하야는 날짜가 늦어서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정당성을 상실했을 때 정당한 절차와 기관을 통해 그 권력을 회수한다는 헌법정신을 부정해서 문제다.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물러나는 것은 헌법에 기초해 국가가 운영된다고 믿었던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써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우리가 지금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박근혜 정부의 모토 중의 하나가 "비정상의 정상화"였던가?
대통령의 헌법, 법률 위해를 심판하는 정상적 헌법적 절차, 탄핵을 실행 함으로써, 비정상을 정상화 시켜줄 것을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들에게 강력히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