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노사정위원장 강연 전문


"... 어떤 형식이든 시험치고 그자리 간 사람은 자기가 대단히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대부분 정규직은 시험 치고 들어간다.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고시 친다. 이번에 기간제 교사가 문제된 것도 교사들도 다 시험치고 들어가서 그렇다. 하다못해 사기업도 입사시험 치고 들어간다.


시험 친 사람은 자기가 시험치고 왔다는 자부심과 자랑이 있다. 이건 그분들이 잘못된 게 아니고 현실이 그렇다. 그런데 대부분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다.


단언컨대 정규직화의 첫번째 걸림돌은 회사나 정부 이전에 노동자끼리의 신분적 차이를 어떻게 할것인지다. 이것이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다. 하기는 해야하는데, 어떻게 해결하나. ..."





앞서 포스팅한 능력주의라는 지옥과 통하는 얘기. 문성현 위원장의 주장은 비정규직 차별을 합리화하는 가장 큰 기제 중 하나가 "시험"이라는 것. 


똑같은 일을 해도 시험을 통과해서 들어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는 것이 합당하고 그에 따른 차별은 능력에 따른 차이지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 


사실 시험에 합격하냐 아니냐는 점수 차이가 몇 점 되지 않는데, 이 몇 점 안되는 점수 차이로 대우가 달라짐.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통계기법 중에 Regression Discontinuity라는 기법이 있는데, 이 기법의 가정이 이런 거임. 학교 입시 시험에서 커트라인 바로 위에 있어서 합격한 사람이나, 바로 밑에 있어서 불합격한 사람이나 능력의 차이는 없다는 것. 시험 점수가 능력의 척도라면 시험에 턱걸이로 합격한 사람과 1점이 모자라 불합격한 사람이나 소득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아 햠. 시험 점수의 연속선에서 소득이 결정되어야 함. 


그런데 합격과 불합격을 기점으로 큰 격차가 벌어지면 (=discontinuity) 이것은 학교에 입학해서 교육받는 것이 소득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순수한 능력주의에 따르면 시험에 1점 차이로 합격한 사람과 불합격한 사람의 격차보다는 턱걸이로 합격한 사람과 수석합격자의 격차가 더 커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음.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많은 불평등이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제도적 장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 




그러면 시험봐서 사람 뽑는 시스템이 나쁘다는 것이냐? 그건 또 그렇지가 않음.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정부의 중요 직책을 시험을 봐서 뽑는 것.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의 배경 중의 하나로 고시를 적시한 UN 보고서도 있었음. 많은 후진국에 권고하는 사항 중 하나가 시험봐서 사람 뽑으라는 것. 


시험을 안보면 정실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 시험보다 더 확실하게 능력을 재는 지표도 많지 않음. 




그러면 해결책은? 


하나는 경쟁의 기회를 끊임없이 주자는 것. 온갖 유연화론이 이에 입각한 것. 패자부활전이니, 처음에는 실패했지만 나중에 성공하는 감동스토리도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 앞서 포스팅한 기회평등 기획은 항상 패자부활전 부여하기 논리로 이어짐. 


다른 하나는 시험에 합격한 사람과 불합격한 사람의 격차를 줄이자는 것.  선발방식도 시험 만이 아니라 다양화해서 한가지 척도로 능력을 재는 방식을 지양하자는 논리, 전반적인 불평등을 줄이자는 논리가 이에 해당. 





이 논란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데, 이 논쟁 중에 한가지 변수가 더 끼어들었으니, 그건 바로 교육의 확장임. 한국에서 중진국으로 올라올 때 까지 시험의 순기능이 컸던 이유 중의 하나가 국민의 전반적인 학력수준이 낮은데 시험을 통해 사람을 뽑아서 능력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던 것. 


그런데 한국처럼 고등교육 이수자가 코호트의 80%를 차지하는 국가에서는 시험이 가지는 긍정적 기능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됨. 능력의 지표 기능은 떨어지고 한정된 스팟을 차지하는 의자돌리기 게임의 규칙으로써의 기능은 커지고 있음.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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