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포스팅에서 지나가다님이 댓글로 일제에 대한 투쟁이 세상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사람은 체제가 몇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이러고 있냐고 지적. 

 

요즘의 반일 여론몰이에 좀 짜증이 나셨네 본데, 상당히 이해가 되는 면도 있음. 현정부의 반일 여론몰이가 아슬아슬한 수위에 있음. 게다가 문대통령의 남북협력 평화경제 발언은 충분히 비웃음을 살만했음. 

 

하지만 종북과 토착왜구는 동일 선상의 문제가 아님. 반공이 이데올로기로 기능하던 시대는 지나가버렸지만, 반일반제는 여전히 한국을 규정하는 큰 요소임. 

 

아래 포스팅에서 변화하는 체제에 대해 얘기했으니 이 번에는 변화하지 않는 체제에 대해서. 

 

 

 

1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는 국민국가 시대로 접어들었고, 여러 문제를 노정하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는 국민국가 체제(nation-state system)임. 조만간 이 체제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됨. 2차대전, 1960년대, 소련 붕괴로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세계체제라는 측면에서 국민국가 체제는 약화되기 보다는 오히려 강화되었음. 20세기의 체제변화는 모두 제국에서 국민국가로, 이념대립에서 국민국가로 바뀌는 과정이었음. 

 

현재 벌어지고 있는 많은 문제와 갈등이 이러한 국민국가체제의 강화와 세계화 간의 모순에 기인함. 미중갈등도 세계화와 국민국가체제의 모순에서 벌어지는 일. 예전에는 세계화가 불가역적 현상이고 따라서 국민국가체제를 뛰어넘는 다른 체제가 등장할 것으로 은근 기대했음. 하지만 이런 기대가 글로벌 엘리트들의 순진하고 안일한 생각이었음이 드러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  

 

모든 개인의 권리, 천부인권도 오직 국민국가에 기반해서 지켜지고 보호되는 것. 보편적 인권의 개념이 확산되기는 하였으나, 국가에 속한 시민권에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람. 국제기구는 국민국가들 간의 합의의 산물. 특히 미국이 주도한 세계질서의 산물이었음. 그런데 미국이 여기에 딴지를 걸고 있으니... 국민국가 간의 합의나 규약은 지킬려고 노력은 하지만 안지켰을 때 강제할 수 있는 궁극적 폭력적 수단이 사실상 없음. 현재의 세계체제에서 궁극적 행위자는 국민국가임. 

 

이 국민국가 체제에서 2차 대전 이후 이루어진 대한민국이라는 (분단된) 국민국가는 반일반제국주의 전통에 기반하고 있음. 

 

제헌헌법서 부터 시작해서, 4.19 헌법, 유신헌법, 5공 헌법, 현재의 헌법에 이르기 까지 10번에 걸친 모든 헌법 전문 첫줄은 3.1운동으로 시작함. 대한민국 건립의 기반이 3.1운동임. 반일반제국주의 인민항쟁의 이념과 정신을 이어받아 건립한 국가가 대한민국임. 

 

국민국가 간 경쟁에서 한국이 일본을 여전히 추격하는 입장이라면 반일반제국주의라는 국민국가 건립의 이념적 기반은 쉽게 사라지기 어려움. 더욱이 지금처럼 세계화가 퇴조하고 국민국가 간 경쟁이 격화된다면 이 건립이념이 약화될 가능성은 희박함.  언젠가 미국과 영국의 관계처럼 한국과 일본의 역관계가 바뀌면 한국도 일제의 기억을 버릴 수 있겠지만. 

 

 

 

그런데,

 

전세계가 20세기를 관통하며 국민국가 체제를 강화했지만, 한국은 분단으로 인하여 국민국가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아직 이루지 못한 상태.  

 

종북은 국민국가 완성의 방법론에 대한 갈등임. 예전에 체제경쟁을 할 때는 종북이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상당히 상실되었음. 그러니 종북 vs 토착왜구의 구도로 가면 보수가 이기기는 어려울 것. 

 

모순되 보일지라도 <반일반제국주의라는 국민국가의 전통성 기반>을 받아들이고 <세계화 속에서 한국이 융성>한다는 점을 역설할 수 있어야.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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