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사: 보수 대한민국 주류 지위 상실

진중권: 대한민국 주류, 산업화 세력에서 민주화 세력으로

 

저도 주류교체라는 진단에 동의. 이길 것으로 생각했지만 180석은 여론조사의 과대계상으로 봤는데... 근거 없이 감으로 예단하면 안된다는걸 다시 깨닫고나니 더 기분이 삼삼함. 

 

민주당이 이렇게 크게 이겼으니 뭔가 써서 남겨야 할 것 같긴 한데, 2018년 지방 선거 민주당 승리 후 이 블로스에 썼던 감상과 비교해 딱히 새로운게 없음. 그 때 했던 말 재탕 + 간단한 내용 추가로 감상을 대신하고자 함.  

 

1. 장기 90년 체제의 종말. 삼당합당으로 생겨난 거대 보수의 종말. 이제 민주당을 중심으로 다른 정당이 경쟁하는 구도. 민주당 중심 체제는 이미 2018년에 형성되었던 것. 지난 번 지방선거로 장기 90년, 삼당 합당 체제에 마침표를 찍었다면, 이 번 총선으로 삼당합당체제 관뚜껑에 못을 박음. 

 

2. 그래도 보수의 희망은 민정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계열. 이 번 총선에서도 영남을 중심으로 보수의 핵심 지역 사수 성공. 예전에 진보 측에 민주당 버리고 새로 출발하라는게 바보 같은 조언이듯, 보수 측에 민정당 계열 정당 버리고 새로 출발하라는 것은 바보같은 조언. 보수의 본진은 살아있음. 진중권의 진단과 달리 한국 정치는 일본 자민당과 같이 변한 것이 아님. 

 

3. 민주당은 대선주자를 계속 발굴하고 있음. 안희정 자멸하고, 세 명의 도지사 박원순, 이재명, 김경수 중 2명이 법적 판단으로 위기에 처하는가 싶었는데 대선주자로 이낙연 추가. 

 

4. 장기 386시대는 계속. 86 세대 교체는 커녕 올드 386인 김민석도 귀환. 임종석이 진짜로 정계은퇴했다고 믿는 분? 전체 당선자 중 50대의 비중은 증가

 

5. 그런데 이 번 총선이 지방선거와 다른 점은 민주당에서 신진인사를 많이 수혈했다는 것. 지방선거는 기존 인사를 대선 주자급으로 만들 수는 있어도,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는데는 한계. 총선은 그렇지 않음. 오영환 의정부 당선자는 최연소 지역구 당선자. 이탄희 의원, 김용민 의원 등 30-40대의 인사들이 등장. 박주민은 초선 때 부터 맹활약했는데, 재선으로 벌써 중진 대우 받을 판. 

 

6. 2018년에는 총선이 아니라 아쉬웠는데 이 번에는 그런 아쉬움 하나도 없음. 

 

 

 

위성정당 비례대표에 대해서도 딱히 큰 감상은 없음. 이 블로그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양당론자. 다당제를 위한 제도인 비례대표에 우호적이지 않음. 이에 대한 감상은 5년전 2015년에 썼던 글과 다르지 않음. 대통령제와 양당제는 한국 사회의 전통적 제도. 이거 바꾸기 매우 어려움. 바꿔야 하는 필연적 이론적 도덕적 이유도 없고. 비례대표가 보완적 요소가 있지만, 지역구보다 더 우수한 제도인 것도 아님. 

 

한국 사회는 양당제인 대통령제 권력구조에 다당제의 제도적 요소인 비례대표가 섞여서 항상 삐걱대는 하이브리드 제도를 가지고 있었음. 이 번에 소수정당 비례대표를 늘릴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자, 민주당-통합당의 양당제 힘의 원리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기고, 이를 원하지 않는 국민들이 오히려 양당제적 요소를 강화하는 투표를 함. 양당제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선호를 나타냄. 왜 일부 인사들은 다른 때는 국민의 뜻을 받들라고 하면서, 비례대표, 소수정당에 대해서는 국민뜻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자신들의 신념을 들이대는지. 권력을 차지하겠다는 집단은 반드시 양당제의 일원이 되어야 함. 

 

 

 

이 번 선거결과를 두고 지역주의로의 회귀라고 비판하던데 이것도 이상하다고 생각. 2015년 글에서도 언급했듯 지역구도는 한국 사회 정치의 구조임. 구조란 반복되는 패턴. 호남-영남의 리버럴-보수 구조는 앞으로도 쭈욱 계속될 것. 한국에서 호남없이 진보 없음. 

 

진보는 항상 <호남 + 수도권 리버럴>의 연합. 이 번 총선은 그 원칙에 매우 충실한 선거. 이 번 총선에서 뉴스라면 수도권이 좀 더 리버럴로 이동했다는 것. 그래서 주류세력의 교체임.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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