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기사: 그들은 월92만원으로 한 달을 산다

 

경향신문에서 한국의 빈곤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김윤영 반빈곤연대 사무국장의 글(예를 들어 요기; 요기)도 꾸준히 올라온다. 박은하 기자는 페북에서 기준중위소득의 문제점도 여러차례 제기하였다. 소득하층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낮은데 드물게 빈곤과 소득하층에 관심을 가져주는 더할 수 없이 소중한 기사들이다. 

 

이러한 기사들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다. 그 이유는 반빈곤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 불평등 변화의 한 쪽 면만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위에 링크한 기사를 보면 한국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시장소득 기준으로 하위10% 가구와 상위10%, 하위 10%와 중간층의 불평등은 커졌는데 중간층과 상위 10%의 격차는 커지지 않았다는 대목이 있다.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얘기했던 한국 불평등의 독특성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상층에서의 불평등이 커진게 특징인데, 한국의 불평등은 하위계층의 궁핍화로 커진게 특징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2009년을 기점으로 균등화 가처분 소득의 불평등이 줄어들고 있다. 가계동향조사로 측정하나 가계금융복지조사로 측정하나, 노동패널로 측정하나 모두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 (다 돌려봤다). 

 

위 링크한 기사에서 2011년과 2018년 사이에 시장소득 기준으로 하위계층과 중간층 이상의 격차가 더 커졌다는 것과 대비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재분배를 통해 소득하층의 소득을 올렸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푸른색은 시장소득의 변화이고, 주황색은 가처분소득을 변화이다. 가처분소득은 세금내고 사적, 공적 복지혜택을 모두 받은 후의 소득이다. 아래 그래프는 2011년을 기준으로 각 연도별로 소득이 얼마나 변했는가이다. (소득 경계값 아니고, 각 분위별 평균값의 변화임. 통계청 원자료는 요기). 

 

보다시피 중간층(=p50)과 소득상층(=p90)은 시장소득의 변화와 가처분소득이 비슷하게 변화했는데, 소득하층(=p10)은 시장소득은 증가하지 않았지만, 가처분소득은 중간층이나 소득상층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였다. 

 

소득하층의 가처분소득은 2018년에 2011년 대비 55% 증가했다. 이에 반해 중간층은 34%, 상층은 26% 증가해서 불평등이 감소했다. 연평균 증가율로 따지면 소득하층은 가처분소득이 연 6.4%, 중간층은 4.3%, 상층은 3.4% 증가한 것이다. 

 

시장소득의 불평등은 증가했지만, 과거보다 강력한 재분배정책으로 삶의 질의 측면에서 불평등은 감소하였다. 이는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소득하층의 가처분소득 증가는 거의 전적으로 정부의 재분배 정책 강화의 결과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갈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소득하층의 가처분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시장소득이 높아져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소득이 올라갈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지, 재분배 정책으로는 조만간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기준중위소득을 많이 올리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경향신문의 논조에 대해서 딱히 동의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경향이 조금만 더 지속되면 소득하층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기준중위소득을 급상승시켜 일부 복지수혜자가 최저임금으로 버는 소득보다 조금만 더 벌어도 생난리가 날 것이다. 

 

지속적인 빈곤 개선을 위해서는 현금부조에 머무르지 않고 노동시장 변화라는 더 큰 과제를 질문해야 한다. 그래야 현금부조로 생계를 유지하는 계층에게 더 많은 도움을 부담없이 줄 수 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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