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포스팅에서 소개한 "소득불평등 심화와..."에 나오는 또 다른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한 연구가 한국의 빈곤 측정. 

 

2016년 기준 주민등록인구가 5170만명인데, 이 연구에 사용된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의 인구가 5255만명. 전국민을 대상으로 최초로 누가 더 가난한지를 연구한 자료다. 

 

보고서를 보면 빈곤은 가구균등화소득으로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측정하였다. 이런 빈곤율을 상대적 빈곤율이라 부른다. 빈곤을 측정할 때 이렇게 중위소득의 50% 내지는 75%로 측정하는게 보편적이다. 미국처럼 빈곤선을 정하고 그 이하로 측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이 특이한 케이스 

 

아래 표가 연령대별 빈곤율의 변화다. 가구주와 가구원을 모두 포함한 빈곤율이다. 굳뉴스는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2007년 이후 2016년까지 빈곤율이 줄었다는 것. 그런데 예외가 있으니 바로 65세 이상 노년층. 빈곤율이 2007년 27.5%에서 2016년 34.2%로 늘었다. 이에 반해 20대 청년층의 빈곤율이 23.2%에서 20.7%로 다른 연령대와 마찬가지로 줄었다. 

 

2007년에는 65세 이상 노년층의 빈곤율이 50-64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2016년에는 50-64세는 22.6%인데 65세 이상은 34.2%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오히려 믿기지 않을 정도. 경제적 변화 이외에 국민건강보험 가입관련 뭔가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된다.  

 

뭐가 되었든 한국의 빈곤 문제는 고연령층의 문제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이 통계로는 알 수 없다. 10년 사이에 1인 가구의 증가 등 가구구성의 변화에 의해서 생긴 현상일수도 있고, 고연령층의 소득 중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졌는데, 국민건강보험 자료로는 이전소득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2007 2012 2016
17세 이하 23.3 22.5 20.8
18-29 23.2 22.6 20.7
30-49 21.9 20.7 19.0
50-64 26.3 24.4 22.6
65+ 27.5 31.5 34.2

 

 

 

 

또 하나 이 연구에서 재미있는 것은 30세 미만 젊은층의 빈곤율을 가구주와 가구원으로 나누었을 때의 차이다. 위 표는 가구원과 가구주를 모두 포함한 것. 아래 표가 가구주만으로 본 빈곤율 변화다. 

 

우선 20대부터, 30세 이상 연령층은 가구주만 보나 가구주와 가구원을 포함해서 보나 빈곤율 변화에 차이가 없는데, 18-29세의 청년층은 가구원을 포함하면 빈곤율이 줄었는데, 가구주만 보면 빈곤율이 증가하였다.

 

이 통계는 한국에서 독립가구를 형성하는 20대가 부정적 선택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가난할수록 일찍 독립가구를 형성하고, 가족배경이 부유하고 자원이 있을수록 독립가구 형성을 지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의 다른 함의는 독립가구를 형성한 20대만으로 20대의 경제적 상황을 파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17세 이하 소년가장. 아래 표에서 보면 17세 이하 가구주의 빈곤율은 가구원을 포함했을 때 보다 크게 낮다. 이는 17세 이하 가구주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복지수혜대상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소년가장에 대한 복지 보장은 노인 빈곤에 대한 대처보다는 훨씬 촘촘하다. 

 

  2007 2012 2016
17세 이하 (가구주만) 4.6 3.1 5.7
18-29 (가구주만) 15.1 17.7 20.2

 

 

 

 

그렇다면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어떨까? 위에서 제시한 통계가 국가 공식 빈곤율과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위 보고서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래 그래프는 가구균등화 중위소득 50% 이하로 빈곤을 파악한 OECD 통계다 (그래프 원소스는 요기). 

 

OECD 평균은 11.7%다. 한국은 위에서 제시한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현재 22.4%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BRICS 국가 등을 제외하고 OECD 국가 중에서 빈곤율이 20%를 넘어가는 국가는 하나도 없다. 

 

한국도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빈곤율이 13.8%다. 아마 이 통계는 가계동향조사에 기반했을 것이다. 가금복에 기반해서 업데이트된 추계 결과에 따르면 시장소득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6년 현재 19.8%, 가처분 소득은 17.6%다. 가계동향조사 기반 추계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행정자료 기반 추계보다는 낮다. 위에서 소개한 행정자료인 건강보험에 기반한 전체 빈곤율은 22.4%다. 

 

건강보험 통계의 문제점을 정확히 몰라 확실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현재 우리가 알고있는 빈곤율이 과소 추정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소득은 우편향 분포를 보이지만, 그래도 중위소득 부근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중위소득부터 중위소득의 절반까지 인구의 35~45%가 몰리고 그 이하에 5~15%가 분포되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빈곤율이 22.4%라는 것은 중위소득 이하의 소득분포가 거의 rectangular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중위 소득서부터 그 이하의 소득이 급전직하한다는 것. 설사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에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소득분포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통계는 충격으로 다가와야 정상이다. 

 

한국의 불평등 연구에서 빈곤 연구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 

 

 

 

 

Ps. 처음에 건강보험으로 빈곤율을 측정한다고 들었을 때, 가계동향조사로 다 나오는데 굳이 그런걸 연구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가계동향조사의 문제는 상층 소득이 관측되지 않는 것이지, 하층 소득 관측의 문제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제안한 선생님도 빈곤율 자체보다는 지역별 분포의 차이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전체 빈곤율 측정 결과를 보고 충격먹었다. 이 결과가 크게 회자되지 않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Pps. 이 보고서 발행 이후 연구진들이 추가 연구 진행을 위해 자료 접근을 여러가지로 알아봤으나 모두 막혀서 좌절했다고 들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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