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얘기한 적 있는데, 새로운 보고서도 나오고, 트위터 제 타임라인에 계신 분들의 논의가 활발하니 한 번 더 업데하는 것도 좋을 듯.
OECD Regions and Cities at a Glance 2020.
Financial Times의 영국 지역불평등 관련 칼럼.
아래 그래프는 지난 11월 발간된 OECD 보고서에 나오는 지역 간 불평등이다. 한국 기준으로 왼쪽은 광역시도별, 오른쪽은 시군구별 분석 결과다. 보다시피 한국은 지역 간 불평등이 OECD 국가 중 작은 편이다. 광역시도급의 대단위 지역으로 따지면 지역 불평등이 OECD 중 가장 작고, 시군구별 세부 단위로 따지면 지역불평등이 낮은 쪽에서 5위 안에 든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지역 불평등이 적어도 아직은 큰 나라가 아니다.
한국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자원을 투자한 국가다. 이 때문에 현시점에서 지역 불평등 해소가 정치적 논의의 중심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수도권 중심론자들의 헤게모니 때문만이 아니라, 객관적 조건에서도 다른 산적한 많은 문제에 비해서 상대적 중요성이 밀릴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 초반에 온라인에서 지역 문제로 꽤 티격태격한 적이 있다. 많은 분들이 영호남 격차를 강조하였고, 제 주장은 물질적 생활의 격차를 봤을 때 지역은 수도권 vs 비수도권으로 갈릴거라는 예상이었다. 한 15년 사이에 어떻게 변했는지는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객관적 조건이란 이렇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한국의 지역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거나, 수도권 외 지역의 저발전이 계속되어도 좋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지역 소득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지역문제를 중심이슈로 만들기 어렵지만, 역설적으로 일단 시작하면 지역 격차를 줄이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한 조건이다. 지역 간 학력, 소득, 직업분포 등의 격차가 극심하면, 문화적으로도 지역 간 격차가 커진다 (남북한 격차를 생각해보라).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경제적 투자 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 의식의 변화까지 모색해야 한다. 한국은 그런 장애 요인이 없다.
현재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지역 대단위 거점으로 부울경 메가시티가 꽤 많은 호응을 받고 있는데, 잘은 모르지만 담론 차원에서 지역불평등 문제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보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정치적 이슈. 망국적 지역감정이니 말들이 많았지만, 양 정당의 주요 지지기반이 영호남으로 갈린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수도권대 비수도권으로 정당의 지지기반이 나뉘었으면 지역불평등 해소는 더 어려울 것이다 (지역 발전에 대한 수도권 기반 정당들의 무관심을 생각해보라). 지방 발전의 정치적 의지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경남 지역이 여야모두의 각축장이라 정치적으로 자원을 투여할 의지가 있다.
다른 하나는 경제적 박탈감 문제. 아래 그래프는 2001년에서 2018년 사이의 지역별 GDP 성장률이다. 총 4가지 색깔이 보일텐데, 짙은 색이 3.5% 이상이고, 그 다음이 각각 1%포인트씩 줄어든 GDP 성장률이다. 보다시피 한국 대도시 중 영남 지역만 색깔이 다르다. 수도권, 충청, 호남 지역이 모두 영남보다는 21세기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자원이 집중된 부울경에 더 투자하는게 맞는가라는 형평성 문제에 대해 타지역대비 지난 20년간 상대적으로 저발전된걸 반대 논리로 제시할 수 있기는 하다.
설득력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