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 교수 페북 포스팅 (일반공개): 무너진 계층 사다리 유감. 

 

아래 박스는 글의 일부이자 이 포스팅의 핵심 주장. 

 

"이상한 것은 "무한경쟁, 각자도생"과 "무너진 계층사다리"가 아무런 논리적 모순 없이 한국사회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경쟁은 성공/성취를 향한 기회가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즉, 기회의 불평등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계층사다리가 무너졌다는 것은 기회 자체가 봉쇄되었다는 이야기고. 경쟁의 고단함, 불확실성의 증가와 기회가 닫혔다는 것"

 

제 블로그를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이 진단에 100% 동의한다. 블로그 글에서는 위 인용보다 훨씬 더 풍부한 논의와 증거가 제시되어 있다. 생각할 점이 매우 많은 포스팅이라 강력히 일독을 권한다. 

 

그런데 페북의 댓글에서 무너진 계층 사다리와 무한 경쟁이 논리적으로 반드시 모순이 아니라는 의문이 제기 되었다. 

 

댓글: 계층 사다리가 무너져서 줄어든 기회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 심해졌다고 하면 모순 아니지 않나요?

 

이 포인트는 맞는 말이다. 계층 사다리가 줄어들면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명 중 20명이 성공하는데 모두가 같이 경쟁하면, 경쟁률은 5:1다. 그런데 상위계층 10명은 세습으로 성공하면, 남은 자리 10개를 놓고 90명이 경쟁하니 경쟁률이 9:1로 증가한다. 

 

논리적으로 계층사다리가 줄어드는 것과 경쟁 격화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게 한국에서 일어난 현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다른 댓글을 보면 소득과 직업으로 계층사다리를 측정할 수 없고, 자산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요즘 많이 보인다. 

 

하지만 저는 계층이동에서 소득과 자산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자산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도 아니고, 자산 세습이 특별히 더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 증거도 별로 없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계층 사다리 약화와 경쟁 격화가 동시에 벌어질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최성수 교수의 진단이 맞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모순을 해결하는 고리는 바로 최성수 교수의 전공 분야인 교육팽창의 효과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고등교육팽창 이전에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하위 60%가 경쟁에서 배제되었다. (2년제 포함) 고등교육을 받은 40%가 상위 20%의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상위 20% 중 10%포인트는 세습이 되면, 나머지 30%가 10% 상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니 경쟁률은 3:1이다. 이게 대략 86세대나 70년대 생들의 상황이다. 

 

그런데 고등교육팽창으로 80%가 대학 교육을 받으면 하위 20%만 경쟁에서 배제된다. 과거에는 상위 40%가 괜찮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했는데, 이제는 80%가 괜찮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이전과 똑같이 상위 10% 계층 지위가 세습되면, 70%가 나머지 10%를 두고 경쟁하니, 경쟁률이 7:1이 된다. 상위계층의 세습이 10%에서 5%로 줄어도, 나머지 15%를 두고 75%가 경쟁하면 경쟁률은 5:1이다. 이게 대략 80년대 후반 출생자들의 상황이다. 

 

상위계층의 세습률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하위계층의 계층이동 사다리도 늘었지만, 경쟁률이 높아지고, 특히 중산층이 느끼는 경쟁률은 극심하게 높아진다. 자산, 소득, 직업 등을 구분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하다.

 

눈치채셨겠지만, 이전에 포스팅했던 "인서울 명문대 출신 남성들이 느끼는 상층 노동시장 진입 경쟁률"과 같은 내용이다. 

 

계층사다리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기회의 확대과 경쟁의 심화는 정반대의 인식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반대의 인식은 현실과 모순되는게 아니라 여론에서 과대표되는 "중산층 출신" 개인이 경험하는 현실과 일치한다. 중산층의 계층 유지/상승의 확률은 낮아졌고, 경쟁은 격화되었다. 

 

 

 

 

Ps. 뭐 다 가설적 차원의 얘기입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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