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보도나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 골포스트를 계속 옮기면서 문제라고 여기는 것 같다. 

 

한겨레 신문의 작년 6월 보도 중 하나가 "‘경제적 보통 사람’ 그 많던 중산층은 어디로 갔을까?"이다. 중산층이 줄어들어서 문제라는 기사다. 어제 KDI 보도자료를 보고 쓴 한겨레 기사의 헤드라인은 "61%가 중산층이지만…자녀 세대 ‘계층 상승’ 기대는 뚝"이다. 줄어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늘었지만, 계층상승 기대가 떨어졌으니 여전히 문제. 

 

경제가 고도화되어 중산층이 늘어나고 소득이 안정화되는데, 상향계층이동의 기대도 계속 높아지는 사회는 없다. 그런 사회는 불가능하다. 한국의 현상은 개발도상국일 때의 미래 기대와 선진국이 된 후의 미래 기대가 뒤섞여서 편의에 따라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여론뿐만 아니라 학술적 논의도 그 영향을 상당히 받는 듯. 

 

아래 그래프는 KGSS에서 다른 한국 평균 가족의 소득 대비 우리집의 소득(문항 finrel05)에 대한 주관적 평가다. 어제 KDI의 중산층 비중이 가구소득을 기준으로한 객관적 지표라면 아래 그래프는 주관적 지표라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중산층인지 묻거나 계층지위를 물어본건 아니지만, 타인과 비교해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보다시피 자신들의 소득이 한국 평균이라는 대답이 2007년 33%에서 2021년 52%로 대폭 늘었다. 19%포인트, 증가율로 보면 근 60%에 달한다. 이에 반해 하층이라는 응답은 47%에서 36%로 11%포인트 줄었다. 상층이라는 응답도 20%에서 12%로 줄었다. 2007-8년에는 하층이라는 응답이 중산층보다 15%포인트 많았는데, 이제는 중산층이라는 응답이 하층이라는 응답보다 16%포인트 더 많다. 객관적 지표에서만 중산층이 늘어난게 아니고, 주관적 인식에서도 중산층이 늘었다. 

 

소득하층이 줄고, 중산층이 늘었다는 것은 상향이동이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소득하층 가구라면 지난 10년 사이에 계층 상향 이동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도대체 누가 계층상향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졌다고 느낄까? 위 그래프에서 보듯 예전에 소득 상층이었던 사람들은 중산층이 되니 하향이동이 늘었다고 느낄거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소득 1-2분위 하층의 상승률은 높았고, 9분위의 증가율은 낮았던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의 계층별 소득 변화와 일치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소득최상층의 증가율이 가장 낮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최상층이 아니라 차상층의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한국에서 계층사다리가 끊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집단은 사다리를 실제로 필요로 하는 계층이 아니라 오히려 사다리를 걷어차고 싶어하는 중상층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여론시장에서 목소리도 높다. 중간층과 중상층의 차이가 더 벌어지지 않아서 느끼는 두려움은 아닌지. 

 

 

Ps. 그럼 여러 설문조사에서 스스로 중산층이라 여기는 비중이 줄었다는 조사는 뭔지 의문이 든다. 제가 생각하는건 중산층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바뀌었을 가능성이다. 중산층의 정확한 규정은 없다. 사회과학자에게 물어봐도 중간 50%를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분들도, 상위 10-20%를 실제적인 중산층으로 여기는 분들도 있다. 설문에 따라 중산층의 의미가 중간일수도, 꽤 괜찮은 경제적 지위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과거에는 중간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이다가 갈수록 괜찮은 경제적 지위를 의미하는 단어로 더 많이 쓰이는 것일 수 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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