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게임에 집게형 손가락 그림을 기획하고 그린 사람은 40대 남성이라는게 밝혀졌다. 

 

이 순간,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해주겠다는 여성의 "의도"와 넥슨 게임의 집게형 손가락 그림의 연관성은 그 의심을 하는게 민망할 정도로 개연성이 사라졌다. 집게 손가락 모양이 워낙 일반적인 자세이기 때문에 그런 의심을 하는 것도 타당한 것은 아니지만, 발화자와 행위자가 다른 사람이라는게 드러난 후 눈꼽만큼의 논란의 여지도 사라진다. 

 

이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둔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 일상 생활이 가능한 모든 사람들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지금도 의혹을 제기하고 여전히 남혐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성적 사고나 논리, 판단이 망가진게 아니라, 도덕, 윤리, 규범에 결함이 있는거다. 후자의 결함이 전자를 망치고 있다. 

 

예전에 논란이 되었던 KBS 조사가 있다. 기회가 되면 자신의 것을 나누겠다는 질문에, 다른 집단은 소득이 높아지면 그렇다는 응답이 높아졌는데, 유독 20대남성들만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인색해졌다. 젊은 남성의 도덕관에 심각한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조사결과다. 현재의 사태는 이 조사가 적어도 현실의 한 단면을 상당히 잘 반영한 조사였다는걸 보여준다. 

 

논리적으로 설득할게 아니라 그런 목소리를 내면 안된다는걸 사회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고립, 징치, 설득, 계몽하는게 필요하다. 

 

사회학 논술 주제로 많이 나왔던 뒤르켐의 아노미론이 있다. 가치 공백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자살이라는 지극히 개인적 선택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논리다. 뒤르켐을 포함한 초기 사회학자들의 가장 큰 연구 질문은 급격한 사회변동 시기에 어떻게 사회적 통합을 유지 내지는 개혁해서 새로운 사회적 안정을 이루는 것인가였다. 여기에 대한 뒤르켐의 답이 아노미론,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의 전환, 노동 분업 같은 것이었다. 

 

작금에 벌어진 넥슨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은 청년 남성들의 아노미, 즉 무규범 상태가 근원일 가능성이 높다. 논리적 판단을 못하는게 아니라 도덕적 판단을 못하는거다. 변화하는 사회적 현실과 그에 따른 새로운 규범을 수용하지 못하고, 과거의 규범과 기대에 발묶인 도덕적 아노미 상태가 아닌가 싶다. 

 

왜 청년 남성들만 유독 아노미에 빠진걸까? 아노미 상태는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청년 남성의 도덕적 아노미는 과거에도 관찰된 적이 있다. 이건 다음 기회에.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