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말이긴 하나, 이 번 선거의 특징을 잘 요약해주는 말은 아니다.  


우선 왜 맞는 말인지부터 보자. Nate Silver가 분명하게 보여주었듯, 남성만 투표하면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다. 아래 그림처럼...



그런데 이런 경향이 클린턴-트럼프의 대결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남성만 투표한다면 오바마의 재선도 없었다. 출구조사에서 남성은 52%가 롬니를 지지했다. 오바마의 재선은 여성의 55%가 그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2008년 오바마의 첫 대선에서도 남성만 따지면 매케인과 비교해서 출구조사에서 1%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표본오차와 미국 특유의 선거인단 시스템을 고려하면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반면 여성만 투표한다면 주니어 부시도 없었다. 여성의 54%가 부시가 아닌 알 고어에게 투표했다. 부시가 재선에 성공한 것도 순전히 남자 유권자 덕분이다. 


남성과 여성이 같은 대통령 후보를 선택한 것은 20세기, 1996년 선거가 마지막이다. 미국의 21세기 선거에서 여성은 모두 민주당 후보를 남성은 모두 공화당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니 트럼프가 여성 덕분에 떨어진다는 얘기는 맞는 말이기는 하나, 이 번 미국 대선에서 특별히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전에도 얘기했듯이, 21세기 미국의 진보는 여성 유권자의 지지에 의해서 이끌려가고 있다. 16년 동안 지속되어온 현상이다. 위에 네이트 실버가 보여준 그림은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는 뉴스가 아니다. 





이 번 미국 대선의 뉴스는 주간동아 칼럼에서도 썼듯이, 저학력 백인, 그 중에서도 남성 유권자들에게서 특별히 트럼프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실버가 운영하는 FiveThirtyEight 웹사이트 팀원들이 분석한 것이다. 빨간색은 2012년 대비 공화당 후보의 지지세가 강해진 곳, 파란색은 2012년 대비 민주당 후보 지지세가 강해진 곳이다. 보다 시피 소위 말하는 러스트 벨트, 북동부와 중부, 그리고 서북부 일부에서 공화당 지지세가 늘었다. 저학력 블루칼라 노동자 밀집 지역이다.    




이 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저학력(=대졸 미만) 백인>의 변화다. 거의 모든 그룹에서 2012년 대선대비 민주당 지지율이 늘었는데, 저학력 백인만 예외다. 


내 기억이 맞다면 예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 전 선거 대비 지지율 변화는 대부분의 그룹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오바마가 이긴 2008년 선거에서 2004년 부시 대비 모든 인구학적 그룹에서 민주당 지지가 증가했다. 인구그룹별 지지율 분화가 이 번 대선에서 굉장히 특이한 점이다. 


내 기억이 맞는지 자신하지는 못하겠는데, 한국 대선에서도 이러한 분화가 일어난 경우가 없었다.  


아래 NYT 그래프가 2016년 미국 대선의 특이점을 잘 보여준다. 두 가지 변화가 눈에 띄는데, 하나는 <고학력 백인 여성>이 민주당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이 그룹은 2012년만해도 민주당 지지와 공화당 지지율이 비슷했다. 두 번째는 저학력 백인 남성이 급격한 공화당 쏠림 현상이다. 지난 대선비교 저학력 남성의 공화당 후보 지지율이 14%포인트 증가했다. 원래 이 그룹은 공화당 핵심 지지층인데 그 경향이 훨씬 심화된 것이다. 


인구 그룹별로 진보-보수 지지율이 완전히 반대로 움직였다는 것이 바로 이 번 대선의 특징이다.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 민주당 지지 증가는 저학력 백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그룹에서 나타난다.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의 그룹에서 남녀 불문 모두 민주당 지지가 늘었다. 그러니 고학력 백인 여성의 민주당 지지 증가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다른 그룹과 같이 움직인 것일 뿐. 


따라서 저학력 백인 남성의 극렬한 트럼프 지지가 이 번 미국 대선의 특이점이다. 대략 저학력 남성의 70%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단 20%만이 클린턴을 지지한다. 무려 50%포인트 격차다. 


이는 노동하는 남성들의 지지에 기반한 진보가 완전히 물건너갔다는 소식이기도 하다. 저학력 백인 남성은 민주당 지지, 진보 연대에서 완전히 탈락했다. 일부 학자들이 얘기하는 labor revitalization 같은 프로젝트가 성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ps. 21세기 미국의 진보는 <여성 + 소수인종 + 고학력>의 다양성 연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하다. 

 
pps. 이 번 선거에서 그룹별 민주당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지지가 어떻게 갈리는지는 아래 abc 뉴스 여론조사를 보면 잘 나타난다. 9월말에 실시된 여론조사라 현재의 트럼프 몰락이 잘 반영되어 있진 않지만 그룹별 격차를 보기에는 무리가 없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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