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선거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했던 발언이다. 많이 알려진건 아니지만, 21대 대선에서 권영국 후보가 이 질문을 다시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네, 상당히 나아졌습니다". 

 

이희영 선생의 페북 포스트 덕분에 사회통합실태조사 보고서를 여러 개 살펴봤는데, 아래 그래프는 2013년 이후 각종 경제 한계 상황을 경험했다고 대답한 비율이다. 보다시피 박근혜,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경제적 한계 상황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대폭 줄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조금 늘었지만.

 

20대에서 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학비문제는 2014년에는 16%가 학비 때문에 어렵다고 답했는데, 문재인 정권 말기인 2022년에는 2% 정도 밖에 안된다. 2024년에 늘었는데 그래도 5% 미만이다. 식비, 병원비, 실업, 공과금, 집세 모두 과거대비 한계 상황에 놓였다는 비율이 대폭 감소했다. 그러니 현시점에서 권영국 후보의 저 질문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위 질문은 한계상황에 대한 것이고, 중산층은 자신의 처지가 나빠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전반적 경제상황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묻는 질문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지속적으로 늘었다. 이희영 선생의 분석에 따르면, 이 추세가 연령대별로 다른 것도 아니다. 전연령층과 계층에서 성별을 불문하고 개인의 경제 안정성이 괜찮다고 답하는 비율이 늘었다.  

 

 

그러니 자신의 계층지위에 대한 인식도 점점 높아진다. 이 결과는 KGSS, 통계청 사회조사에서도 공통으로 관찰된다. 2013년에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 인식이 10점 만점에 4.7로 중간 이하였는데, 지금은 5.8로 중간 이상이다. 좀 과장해서 해석하면, 계층적 약자가 아닌 계층적 강자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비율이 더 높아졌다. 

 

 

자기 자신만 좋아졌다고 느끼는게 아니다. 한국의 정치, 경제적 상황이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느낀다. 2013년에 3.8이었던 정치상황 만족도가 2024년 윤석열 정부에서 5.1이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말기에는 만족도가 2.8에 불과했다. 윤석열 탄핵이 왜 박근혜 탄핵보다 더 어려웠는지 사회적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 원래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지만, 자기 동네 지역을 넘어 사회 전체가 상당히 안전하다고 더욱 그렇게 느낀다. 2016년에 10점 만점에 4.3이었던 사회 안전성 평균이 2024년에는 6.4로 2포인트 이상 올랐다. 

 

 

뿐만 아니라 모든 측면에서 기회가 공정하다는 응답이 늘었다. 교육기회, 취업기회, 복지혜택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늘었고, 분배구조, 대기업/중소기업 관계도 공정하다는 응답이 늘었다. 

 

 

이상의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과거보다 개인적 경제상황, 사회 전체 상황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고, 그러니 당연히 변화보다는 이대로 쭈~욱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한국사회 전반의 보수 선호 증가는 불평등이 증가하는데 좌파의 대안이 없어서 그에 대한 반발로 극우 내지는 더 심한 보수파를 지지하는게 아니고,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사회가 안정화되면서, 여기서 변화하지 않는걸 바라는, 그야말로 다른 대안을 들이밀지 말라는 보수화일 가능성이 높다. 파괴적 보수화가 아니고, 바꾸지 말라는 보수화다. 영어로 ain't broke, don't fix it, 한국어로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는 보수화. 열심히 급진적 개혁하는 것 보다 차라리  술만 먹고 아무 것도 안하는걸 선호하는 보수화다.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두고도 20대의 노동시장 양극화, 신자유주의를 외치는 분들이 있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위에 보여준 경향이 20대는 다른걸로 생각하는가?

 

20대 남성의 보수화는 한계 상황에 몰려서 내지는 과거의 20대 대비 절대적 처지가 안좋아져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를 가진 이들이 평등의 촉진에 반발하는 형태의 보수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국공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보수화라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전체 인구의 보수화와 결이 다르다. 

 

진보 아젠다는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기획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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