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수도권 중심 지배세력 연대에 달린 촌평님의 댓글을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고 생각되어서 본문으로 세웁니다. 제목은 제가 그냥 붙였습니다.

이명박이 박근혜와의 당내 경선과 정동영등과의 대선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 중원(수도권)을 장악한 결과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그것을 바이커님이 지적한 새로운 지배연합의 형성이란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시도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참여정부 5년은 한나라당의 수도권중시 전략과 참여정부의 지역중시 전략이 지속적으로 충돌했고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전략이 승리한 기간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도권(강남이 코어)을 축으로 하는 새로운 지배연합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이명박의 세종시 수정 정책 역시 같은 전략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며, 4대강 사업은 이를 보완하는 지방 무마 정책의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명박의 '삽질정책'은 그들 입장에서 대단히 전략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며 그런 만큼 반드시 밀어붙일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런 이명박-한나라당의 전략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 곧 저항연합을 어떻게 구성하는냐 하는 것이겠는데요, 결국 수도권 개혁진보층-소외층(지역적, 계급적)과 지방의 연합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봅니다.

수도권 소외층이 수도권 코어에 포섭될 가능성이 크고 지방이 분열되어 있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지난 대선에서 500만표 차이로 나타났음), 반이명박-반한나라당 진영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 재보선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런 전략이 반드시 무망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한번 시도해볼만한 길이지요.

이런 점에서 노무현의 지역기반 수도권 포위전략은 오히려 앞날을 내다본 혜안으로 평가될 수도 있겠죠. 수도권 개혁진보층-소외층을 포섭할 수 있는 분명한 전략이 덧붙여진다면 말이죠.

이명박과 대립각을 형성한 박근혜의 경우 바이커님의 지적대로 약간 모순적인 포지션인 것 같은데요,궁극적으로야 한나라당의 핵심 기반인 수도권(코어) 이익과 영합하겠지만, 당분간은 지방 이익을 대변하며 세력을 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4대강이나 세종시에 대한 박근혜 입장 참조)

이런 점에서 보자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경우 박근혜의 한나라당(친박연대?)과 연대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명박의 한나라당과 연대할 가능성은 현재의 세력 구도상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국민참여당이 무시할 수 없는 제3당 혹은 제2당으로 성장한다면(민자-평민-민주-자민 4자 정립구도 때처럼), 그래서 새로운 수도권-지역 연합의 필요성이 정략적으로 제기된다면 모를까 그러지 않는 한에서는 거의 가능성이 없는시나리오라고 봅니다.

즉 신3당합당의 위험성은 그만큼 반한나라당 진영의 수도권 개혁진보-소외층과 지방간 연합 전략이 성공을 거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시나리오인만큼, 지금 시점에서 그런 걱정(?) 혹은 상상을 하는 것은 거의 불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정치세력의 행위에는 이념(정체성)이 상당히 주요하게 작용하긴 하지만, 주어진 상황의 압박요인(이익)이 더욱 결정적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거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유사한 상황에서도 누구(어느 세력)는 변절(?)하고 누구는 하지 않듯이, 객관적 상황 못지 않게 주관적 상황도 정당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쨌든 이런 이야기는 모두 국민참여당이 상당히 성장한다는 점을 전제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거의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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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이커 2009.11.30 2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적하셨듯이 신3당 합당에 대한 상상은 국민참여당이 일정정도 성공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얘기입니다. 국참당을 하시는 분들이야 당연히 이걸 가정하고 일을 하실테죠. 그렇다면 그 결과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참여당의 성공이 과연 민주세력의 "확장" 연대로 이어질지, 치킨게임으로 흘러 저의 그리 유쾌하지 않은 상상으로 결말날지 그 가능성을 한 번 생각해보자는 거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지방선거를 계기로 연대를 넘어 통합을 하는게 올바른 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구원의 역사가 짧지 않아 쉽지는 않겠지만요.

    지역기반전략이 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조건으로 내건 "수도권 개혁진보층-소외층을 포섭할 수 있는 분명한 전략"이 오히려 핵심이 되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수도권 대 지방"의 구도를 벗는 수도권 내부에서 헤게모니를 다툴 수 있는 새로운 구도를 제시해야 보조적 역할로 지역기반 전략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듯 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이기기 어려운 객관적 조건에 처했다는게 제가 아래 글에서 사회경제, 인구구조적 측면의 변화를 얘기한 이유입니다.

  2. 촌평 2009.12.01 0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졸필을 본문으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핵심을 짚으시네요.
    국민참여당의 성공이 어느 정도까지는 반한나라당 세력의 외연확대를 가져오겠지만, 결국에는 신3당합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없잖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으론 그 시점이 그렇게 빨리 올 것 같지는 않으며 따라서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굳이 통합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다른 점에서 보자면, 솔직히 저는 장기적으로 국민참여당이 성공하여 신정계개편이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지금보다는 좀 덜 지역적이며 좀 더 계층적인 그런 대립구도로 말이지요(무슨 말씀인지 아실 거라 믿습니다)

    두번째 지적하신, 수도권 내부에서 헤게모니를 다툴 수 있는 전략의 창출에 대해서는 저도 별 뾰족한 생각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수도권 내부의 동반성장'과 '수도권-지역의 균형발전 전략' 정도입니다. 뭉뚱거려서 '동반성장'이나 '균형성장'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이 그동안 걸어온 우리의 궤적에도 맞으며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 될 수밖에 없겠죠. 한나라당의 강남코어 수도권 중심전략에 (바이커님이 지적한 사회경제적, 인구학적 조건에선) 당장은 밀릴 수밖에 없겠지만, (역시 바이커님이 지적한 수도권 중심전략의 한계로 인해) 어느 시점에선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신정개개편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대립구도가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 바이커 2009.12.01 15: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코멘트 남겨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수도권 서민층, 중산층이 공감할 수 있는 이슈를 개발해야 할텐데, 불행히도 지역균형발전은 그 이슈가 되지 않을 것 같군요.

  3. 촌평 2009.12.01 2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지역균형발전 이슈는 (불가피하게 혹은 한나라당에 의해) 수도권-지방의 대립구도로 전환될 수 있고, 이런 구도하에서는 수도권의 서민층, 중산층을 견인하기가 난망한 게 사실입니다. 정치적으로 불리한 구도이지요. 그러나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돌파해야 하는 구도라고 봅니다.

    (계층적, 지역적) 불균형 문제는 수도권내에도 첨예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끈기있게 물고늘어지면 결국 수도권내 서민층, 중산층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지역대립 구도가 점차 계층대립구도로 전환될 수 있겠지요. 지역-지역간 대립구도의 완화는 말 할 것도 없고요.

    • 바이커 2009.12.02 1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역균형발전 이슈는 돌파해야 하는 구도도 맞고, 불균형 문제가 첨에하게존재하는 것도 맞는데, 끈기있는 물고늘어지는 모습은 안보여서... 그래야 되겠다고 생각하는지도 의문이 드는데요.

  4. 오그드루 자하드 2009.12.02 0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통의 지역중시정책은 민주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기는 합니다. 충청북도의 지지를 얻어냈고("충청도에 효도하는 민주당"이라는 구호를 상상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로 인해 수도권 충청향우회의 호의까지 얻어낼 수 있었고, 강원도의 교두보들을 지켜내는 데도 성공했지요.

    신3당 합당이라..... 현재의 민주당은 리버럴 역사상 가장 전국정당에 가깝고, 다시 호남 포위의 올가미에 말려들, 그래서 권력을 나눠갖기 위한 신3당 합당을 해야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수도권에서 리버럴이 일소된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언론에 글쓰는 한국의 정치학자 중에 가장 참신한 얘기를 많이 하는 사람은 경희 사이버대 미국학과의 안병진 교수 같다.

프레시안에 쓴 오바마 집권은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미국 민주당과 진보세력 전체의 역량 때문이라는 글(프레시안 칼럼)도 괜찮았고,

한겨레 21에 요약 정리되어 나온 노무현 정권을 매디슨적 공화주의와 마키아벨리적 공화주의로 나누고, 양자의 모순에서 노무현 정권 몰락의 원인을 찾는 시도(한겨레21 기사)도 참신하다. 아래 일부만 인용하면, 


예컨대 노무현식 공화주의에 주목한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발표는 ‘초기 노무현’과 ‘후기 노무현’의 간극을 설명하는 참신한 잣대다. 공화주의는 소수에 의한 ‘자의적 지배’를 배척하는 태도다. 권력기관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이를 구현하는 게 핵심이다. 안 교수가 보기에 노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공화주의적 가치를 초보적 형태로나마 구현하려” 했다....


그런데 공화주의에도 두 종류가 있다. 엘리트 사이의 이성적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태도가 있고, 시민들에 의한 엘리트 견제를 강조하는 태도가 있다. 앞의 것을 안 교수는 ‘매디슨적 공화주의’로 불렀다.... 뒤의 것은 ‘마키아벨리적 공화주의’로 부를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통치 기술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곧잘 오해되지만, 실은 민중의 역량에 주목한 선구적 정치학자였다...


안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는 마키아벨리적 공화주의에 기댔고, 국정운영에서는 매디슨적 공화주의에 집착했다”고 본다. 한나라당을 향해 대연정이나 개헌을 제안한 것은 “메디슨적 정치 구현”에 매달린 결과다. 이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핵심 지지 기반을 침식했다. 특권층을 비판하는 대중의 지지를 얻고서도, 오히려 지배 엘리트와 타협하는 데 많은 정력을 기울였다는 진단이다...


노무현 정부가 서툴렀던 점이... 집권 초기, 4대 입법 등 거대한 정치 의제보다는 사소하지만 작은 곳에서 성과를 얻으면서 민심을 확인해나가는 민생 의제를 추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적 공화주의로 특권층을 견제하면서도 매디슨적 공화주의로 지배 엘리트를 적절히 설득하는 전략이 그 요체다.



안교수는 80년대 학생운동할 때는 제헌의회 쪽에 가까웠고, 사노맹에도 관련되었던 걸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 석사하고 미국으로 유학가더니 뉴욕의 뉴스쿨에서 클린턴 선거전략가 딕 모리스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전에 하킴님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Ayer를 둘러싼 논란을 보고 미국에서는 60년대 과격 운동권이 유의미한 사회활동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안교수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든다. 지식인 숫자가 작기 때문에 배제 전략을 쓸 수 없었을 수도 있지만, 이런 면에서는 미국보다 한국이 더 개방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한겨레 21 기사의 일독을 권한다. 최장집 원로 교수의 일관성 없는 얘기(오돌또기님의 "속보" 참조)보다는 알찬 내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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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돌또기 2009.07.18 2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안병진 교수에 대해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글을 한두 개 읽었는데 야 물건이다 싶더군요. 미국통 지식인을 한 명 발견하게 되서 아주 반가웠습니다.

  2. 오돌또기 2009.07.18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정작 딕 모리스는 클린턴가에 뭐가 단단히 삐졌는지 힐러리 까대기 정신없어 보이던데요.

    • 바이커 2009.07.19 1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요? 지난 경선에서 힐러리가 딕 모리스에게 섭섭하게 했나요?

  3. 오돌또기 2009.07.19 14: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The book written by Dick Morris in 2004 is a harsh response to Hillary Clinton's living History. Dick Morris, who has 20 years of relationship with the Clintons attacked Hillary who was aiming for the Democratic presidential candidate at that time. I don't know what screwed him but I am pretty sure Dick Morris, once an avid Bill Clinton's adviser, is now leaning toward conservatives.

    http://www.amazon.com/Rewriting-History-Dick-Morris/dp/0060736682

    • 바이커 2009.07.19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슨 일인지 점점 더 궁금해지네요. 모리스는 질적연구방법론으로 선거 전략을 짠 사람으로도 유명하죠. 서베이보다는 FGI를 통해서 사람들의 생각을 파악해냈다고 하더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론과 검찰이 너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시민과 언론종사자들이 너무하는 언론과 검찰에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대부분의 언론종사자들이 너무한다고 지금 얘기하는 그 행위에 동참 하였다.

우리는 왜 이러는걸까?

사회조사방법론 시간에 꼭 배우는 내용으로 밀그람의 실험이라는게 있다. 1963년에 밀그람이라는 학자가 독일에서 왜 홀로코스크가 일어났는지, 그 많은 사람들이 그 잔인한 행위를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실험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실험에서 피실험자는 문제를 읽고 옆방에 있는 응답자가 잘못된 답변을 하면 전기충격을 주도록 하였다. 피실험자는 응답자를 보지는 못한다. 전기충격은 처음에는 약했지만, 갈수록 강도가 세어진다. 150볼트가 넘어가면 옆방 응답자의 비명도 들리고, 330볼트가 넘어가면 더 이상 비명도 들리지 않게 된다. 연구자는 피실험자에게 옆에서 전기충격을 계속 주도록 지시한다. 물론 전기충격은 가짜다.

충격적이게도 80%의 피실험자가 150볼트까지 전기충격을 주었고, 비명이 들린 다음에도 65%의 피실험자가 450볼트까지 전기충격을 주었다.

문제를 맞추면 좋겠지만, 틀리더라도 그게 어디 전기 충격을 가할만한 잘못이겠는가. 대부분의 인간은 잘못된 것인줄 알면서도 권위와 분위기에 복종하며, 10볼트씩 올리는 충격 강화에 설마 괜찮겠지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80볼트의 충격을 이미 주었는데, 10볼트 올린다고 뭐가 대수겠는가.

1963년은 옛날 일이고, 지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마 전에 버거 교수가 유사한 실험을 하였다. 인권에 대한 가치도 높아졌고,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의식도 높아지지 않았던가. 그러나 여전히 70%의 피실험자가 150볼트까지 권위에 분위기에 복종하여 응답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였다.

150볼트 이상으로 볼티지를 올리는 실험은 이 번에는 행해지지 않았다. 밀그람의 실험은 응답자의 비명 때문에 정신적 충격을 입은 피실험자에 대한 윤리 문제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되는 과학 실험의 대표적 예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실험의 교훈은 이념, 의식, 문화가 발전하더라도, 어떤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가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잔인해질 수 있다는 거다. 더군다나 그 지시가 권위있는 상부로 내려올 때, 그 지시를 어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사 그 지시를 어김으로써 자신이 당하는 피해가 전혀 없더라도.

노무현의 죽음에 대해 언론인, 정치인,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미안함은 사회적 분위기와 권위에 복종하여 그를 죽음으로 몰아가는데 자신도 눈꼽보다 작은 정도라도 기여했다는 죄책감과,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애초부터 알고 있었던 감정이 뒤섞여 일어 나는, 인간들의 보편적 행동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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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돌또기 2009.05.29 1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문, 방송사의 <받아쓰기 저널리즘> 문제도 심각합니다.

    검찰이 정보를 거의 독점한 상태에서 언론사는 검찰의 꼭두각시가 되거나 원격조정되는 꼴이 됩니다. 언론이 내놓을 수 있는 해석이나 반응이라는 것도 꼬집었더니 아야~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검찰의 수사에 대한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mahlerian 2009.05.29 2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향만평이 이미 노전대통령의 죽음 전에 그 쑈를 날카롭게 간파했더군요.

    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artid=200905151749342

  3. 바이커 2009.05.29 2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돌또기, 말러리안/ 국정원, 기무사를 정상화시킨게,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낳았다는 아이러리는 깊이 되새김해봐야 할 것입니다. 권력은 정상화되는게 좋지만,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정상화가 오래갈 수 없죠. 250년전 권력집중을 두려워하며 고안해낸 삼권분립의 정신은 여러 측면에서 유효합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율이 22%로 10%포인트 폭락하고, 민주당은 21%로 8%포인트가 올랐다. MB 지지율도 20%대 후반으로 폭락.

한나라당과 MB지지율 떨어지는건 이해한다고 해. 민주당이 한게 뭐가 있어서?

노무현 전대통령이 그래도 민주당 소속이라는 사람들의 생각 밖에는 다른게 없다. 식물정당에서 팔팔하게 살아 숨쉬는 대안정당으로 살아나는거, 한 순간이다. 이러다가 다 죽겠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기 시작한거다.

이 정국에서 선거구제 개편 같은 얕은 수로 노 전대통령의 유지를 이를려는 정치인은 별로 없을게다.

진보개혁세력은 <정치인들의 활동, 권모술수로써의 정치>와 <운동으로써의 정치>를 결합해야만 산다. 지금은 서로 다른 세력으로 분리되어 별도의 활동을 하던 두 정치를 화학적으로 융합할 절호의 찬스다. 노 대통령이 온 몸 던져 제시한 메시지다.

호남 중심의 민주당 재건론은 전자만 있지 후자가 없어서 성공할 수 없고, 친노세력 중심의 정면돌파론은 후자만 있지 전자가 없어서 성공할 수 없다.

한국사회의 경제적 변화 때문에 호남 중심 재건론이 타 지역, 타 계층과 연대할 수 있는 진보적 의미를 가지기 보다는 지역이기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으며, 다수 대중의 물질적 욕망을 수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진보적 호남과의 결합없이 한국 사회의 진보적 아젠다를 실현할 수 있는 역사적 정치적 능력은 현재도 없고 상상 가능한 미래에도 없다.

지역 등권론이 <운동으로써의 정치>도 포괄할 수 있었던 힘은 지역불균등 발전을 치유하는 경제적 함의와 5.18로 상징되는 민주주의 운동을 완성하는 정치적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호남으로 대비되는 지역 불균등 발전 보다는 수도권 대 비수도권, 강남 대 강북으로 대비되는 계급 갈등의 의미가 더 커진 상황, 5.18 기념식마져도 내부 갈등을 겪는 현 상황은 호남이 더 이상 <운동으로써의 정치>의 바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친노세력은 그 구성원의 활동에서도 그렇고, 정치적 성향에서도 계급갈등을 해결하려는 <운동으로써의 정치>를 가지고 있으나, 그들의 막연한 열망을 실현할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없고, 정치활동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실현할 당선 가능한 정치인들도 없다.  친노세력이 그들의 순수 혈통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이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운동으로써의 정치>의 대의를 몇몇의 심리적 자족을 위해 내버리는 행위가 될 것이다. 전형적인 운동권 소아병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얼마전에 조사한 것처럼, 호남은 진보적 호남과 이기적 호남으로 분열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호남은 그 어떤 표밭보다 진보적이다. <운동으로써의 정치>를 추동하는 세력이 진보적 호남과 결합할 때, 진보적 호남이 지역이기주의적 호남을 압도하고 한국 사회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

어떤 정치도 실익과 명분을 분리해서 성공하지 못한다.

미국 공화당이 80년 이후 오랫동안 해먹을 수 있었던 것도 보수주의 운동과 정치를 결합했기 때문이고, 오바마가 성공한 것도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과 정치를 결합했기 때문이다. 루즈벨트가 새로운 미국, 새로운 세계의 역사를 쓴 정책을 펼친 것도, 미국 진보정치, 사회주의 운동의 아젠다와 지지를 그의 권모술수와 융합시켰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의 실패는, 그 역시 양자를 결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의 몸을 던져 마련한 마지막 승부수다. 지금 <정치인들의 활동, 권모술수로써의 정치>와 <운동으로써의 정치>를 결합함으로써 이 유지를 이어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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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이커 2009.05.27 0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로써 숨쉬는바람님과 시닉스님의 의견에 대한 답변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2. mahlerian 2009.05.27 0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이커님. 쵝오!

  3. 하킴 2009.05.27 1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 이렇게 "몸을 던져 마련한 승부수"인데, 노무현대통령, 무책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잘 동의를 못하겠네요..

  4. 하킴 2009.05.27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하튼, 여론조사도 금지되어있던 시대에 대학생을 했던 사람으로서는, 참 감개무량합니다.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걱정한다는 것자체가.. 정말 민주주의가 좋긴 좋군요..

  5. 바이커 2009.05.27 15: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회과학은 과학적 방법의 사용 자체가 민주주의의 성과죠. 아니면 저 같은 사람은 밥 굶고 있을 듯.

  6. 2009.05.28 0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바이커 2009.05.28 1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사회학을 공부했습니다. 당장 이런 글을 쓸려고 하는 것 보다는 이론을 익히고 현실에 적응해 볼려고 노력하는 것이 결국에는 더 가치있는 얘기를 생산해낼 것입니다.

  7. 기린아 2009.05.28 2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보적 호남이 이기적 호남을 누르는 방법은 어떤걸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노무현 정부 때 처럼 '호남에 대한 투자는 없지만 진보는 해라' 이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보를 과감하게 포기할 것입니다. 길어야 10년?

    강남 vs 비 강남의 전선은 오직 '인구수' 때문에 생긴거죠. 다르게 말하면 영남권이 투쟁의 대열에 들어서면서 영남 vs 수도권이 되고 인구가 적은 호남이 투쟁의 대열에서 빠진거지 문제가 없어진게 아닙니다. 당연히 '진보적 호남'이라는 관점에 이 문제의 '등한시'와 연결이 된다면, 아마도 '이기적 호남'이 '진보적' 호남을 가볍게 누르게 될 것입니다. 저같은 사람은 설 자리가 없겠죠 아마.

  8. 바이커 2009.05.28 2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 문단은 이해가 가고, "투자없는 진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데도 동의하는데, 뒷 문단은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 좀 더 친절한 설명을 하심이.

  9. 기린아 2009.05.28 2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도권의 집중의 문제는 1960년대부터, 더 정확하게는 이승만 시절부터 나온 문제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문제가 최근에 와서 표면화 된 것은 지방중 인구가 많은 영남쪽에서 경제적 자신감을 일정정도 잃게 되면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거지요. 그중에서도 특히 수도권에서 먼, 호남이 그렇구요.

    과거에는 경부축 vs 아더스의 경향이 있었는데, 경부축 내부의 내전이 발생하면서, 아더스는 이제 인구도 적고 표도 안된다고 생각해서 주요 이슈에서 밀리는거지요.

    "수도권 대 비수도권, 강남 대 강북으로 대비되는 계급 갈등의 의미가 더 커진 상황" 이라는 관점에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지역으로서의 호남 문제'가 '존재'하는데, 님의 관점에서는 '호남의 저개발'문제가 완전히 뭉개진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호남의 저개발의 문제는 '영남의 최근 불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고, 수도권 확장이라는 개념에 입각한 충청 - 강원의 문제와도 다른데, 수도권 vs 비 수도권으로 가버리면 호남 문제는 하늘로 뜨거든요. 그리고 실제 하늘로 뜨고 있기도 하고...

    • 오그드루 자하드 2009.05.29 0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장기적인지 일시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더스'가 민주당을 중심으로 집결하려는 모습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시사저널 기사를 보니 올해 충청권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자유선진당 지지율을 세 번 제쳤습니다. 1월, 3월, 4월 이렇게요. 강원도에서도 (전국구 여론조사의 일부였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 지지율을 제친 적이 있고요....

  10. 바이커 2009.05.28 2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남 불경기가 경기 순환의 문제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경제 구조의 변동 문제라면, 해결책이라는 관점에서 호남저개발 문제가 영남 경제 몰락과 분리되어 독립적인 의미를 가지는지 의문입니다. 지역민에게는 여전히 큰 문제겠지만.

  11. 기린아 2009.05.28 2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남인들에게는 그럴거라는거죠. 영남이 어캐되든 사실 호남이 상황이 좋아지면 호남인들에게는 만고 땡 아니겠습니까.

스켑렙에서 노무현 애도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지나가고 친노의 정치적 부활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군요.

대중의 사랑을 받다 비극에 간 지도자에게 대중이 부여하는 판타지를 과소평가하는군요.

노무현 대통령의 사망으로 친노세력은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가졌습니다. 단, 이들의 부활은 독자세력으로써가 아니라 민주당에 통합됨으로써 가능합니다.

민주당은 노무현이 남긴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를 화두로 진보개혁세력의 통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정동영의 복당을 받아들이고, 친노세력의 복당을 받아들이고, 진보개혁의 적장자로써 자신을 위치지어야죠.

누구나 이 길이 사는 길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정치공학으로 이를 이루고자 했을 때,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몸을 던져 이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이 시점에서의 통합을 정치적 술수로"만" 보는 국민은 소수일 것입니다.

일부 극단적인 친노세력이 조문을 막고 행패를 부렸지만, 지도부에서는 점잖게 타이르는 성숙된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노혜경 선생이 인터뷰에서 적대적인 분들도 조문을 왔으면 좋겠다고 한 그 모습이 바로 친노의 정치적 부활의 출발점입니다. 유시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무현의 계승자로써의 이미지를 통합의 재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진보개혁세력은 호남을 중심으로 한 지역등권파와 수도권 386을 중심으로 한 진보파의 긴장관계로 당을 꾸려가야 합니다. 정동영을 배제하면 전자가 없어지고, 친노세력을 배제하면 후자가 없어집니다. 이 통합으로 전국 정당으로써의 모습도 갖추고, 호남 배제도 극복하고, 진보적 아젠다도 껴앉을 수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역사를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역사로 만들 수도 있고요.

언제까지 노무현 추모를 돌담길 아래에서 전경버스에 둘러쌓여 할 것입니까. 시청 앞 잔듸 광장이 우리가 있어야 할 그곳입니다. 텅빈 그 광장을 추모객으로 메우는 일은 현 여권 인사에게 물병을 던져서 이룰 수 있는게 아니라, 힘을 모아 정치세력을 만들고 선거에서 이겨야 이루어집니다. 

이런 비극적 계기에 정치적 통합을 이루는 능력을 보임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수권 세력으로써의 신뢰를 쌓을 수 있습니다. 꼭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다음 번 선거는 진보개혁세력의 적장자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이기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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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계곡 2009.05.25 1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짧고 간결하면서도 가장 발전적인 글을 올려주셨네요. 바이커님의 말씀처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늦었지만 블로그 개설 축하드립니다.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2. 사이져 2009.05.25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이커님이 판타지를 말하시니.. 이영도가 생각나네요. 그의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에 바이커님이 생각하시는 것과 비슷한 글이 있거든요. ^^;

    저도 늦었지만, 블로그 개설 축하드립니다. 번창하시길.

  3. 바이커 2009.05.25 1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람계곡, 사이져/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분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제분파의 정치적 이익은 거의 없는 반면, 통합을 했을 때는 승수효과로 여러 세력이 정치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와 친노 정치지도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합니다.

  4. 하킴 2009.05.26 1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입장을 거꾸로 놓고 생각을 해보았거든요. 만일, 미국에서 지금 부시 (혹은 체니)가 자살을 한다.. 하도 오바마가 쪼아서.. 와, 너무 겁날 것 같아요. 지금 지리멸렬 분열해 있는 공화당이 이 기회에 대동단결할까봐..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에서 긴장하고 있지 않겠어요? 야당도 물론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겠지요.

    그래서, 노무현과 그 지지세대, 이렇게 죽어가면서 운동/정치를 하나봐요. 이런 방법은 한나라당에서는 도저히 흉내도 못내는 방법이지요..

  5. 숨쉬는 바람 2009.05.26 17: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통합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호칭은 생략합니다만, 전 노무현 대통령을 애전부터 무척 존경해 왔고, 그가 가장 욕을 먹던 재임 중후반기에도 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변함없이 가졌던 사람입니다.) 이 자신을 스스로 희생한 이 시점에서는 정치공학적으로 가능해 보이고 또 얼핏 보기에 단기적으로는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러한 선택을 노무현의 정치 철학에 깊이 공감을 해 온 유시민이나 이해찬 같은 사람들이 할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열린 우리당이 소멸되고 대통합민주 신당이 세워짐으로써 지역주의 극복을 통한 새로운 정치구도와 상식에 기초한 정치적 가치의 산출이라는 그들의 대의가 이미 기존의 민주당의 틀 내에서는 파탄이 났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정치적 후계자인 유시민으로 상징되는 사람들은, 우리 나라에서 한 줌도 안되는, 정치인(politician)이 아닌 정치가 (statesmen)의 집단입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현실 정치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정치적 대의와 그에 따른 열정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행위를 디자인합니다. 국회 의원이 된 이후 정치인 노무현의 일관된 행보로부터 작금의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자결이 그 명백한 증거입니다.

    그런데 이미 정동영은 자신의 수준과 스케일이 그 정도 밖에 안되는, 지역주의에 기대어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그저 그런 지역적 규모의 소인배적 정치인임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전 정동영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호남지역주의 세력으로부터 어떤 정치적 대의도 발견하지 못합니다. 필부인 저도 그러한데, 하물며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무거운 과제를 목도해야 하는 그 사람들이 도로 민주당의 품에 들어가서 자신과 노무현의 못다한 꿈을 펼치려고 할까요?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가슴아파하고 상처 받았던 일이, 탄핵이라든지, 대연정과 한미 FTA 이후 자신의 지지세력의 급속한 이반 같은 것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가 새로운 정치 세력의 구심점 되길 바라며 만들었던 열린 우리당 사람들이, 자신을 배신하고, 스스로를 부정하며, 열린 우리당을 해체해버렸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됩니다.


    제가 보기엔, 앞으로의 현실정치에서 바이커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단 넓은 가능성이 펼쳐져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이제 노무현 대통령 서거이후 한국 정치에 주어진 실존적인 조건에 대해 다시 새롭게 성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친노세력'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노무현이라는 자연인이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요, 둘째, 노무현이라는 자연인이 없어지는 대신에,노무현이 추구하였던 가치가 이제 대중 들에게 선연히 등장하였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은 감정적이든 이성적이든 이제 대중들의 가슴 속에 하나의 트라우마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친노세력'이라는 말 속에는 사실 하나의 정치적인 뉘앙스가 숨어 있었습니다. 즉 진지전에서 포위를 한 쪽이 포위 당한 쪽-그리하여 포위 당한 쪽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포위한 쪽에게 정치적인 공세를 쏟아내는-을 가리키는 뉘앙스가 강했지요. 예, '친노세력'이라는 말 속에는 이미 '보수 혹은 진보의 진지에 포위된, 소수의 래디컬리스트, 종파주의자, 혹은 배신자'의 이미지가 병존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러한 구도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자는 이제 대중의 정치적 감성을 결정하는 -단기적으로는 지역 감정이라는 가장 막강한 놈보다 더 강한-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습니다.

    음..좀 말이 길어 졌군요. 제가 보기엔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계승자들이 민주당과의 통합의 흐름으로 갈 것 같지는 않구요, 그것보다는 민주당내 개혁파, 한나라당내 개혁파, 그리고 진보신당을 위시한 진보 진영내 합리주의 세력에게 본격적으로 선거구제 개편-물론 소선거구제에서 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겠지요-을 아젠다로 제안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시 대연정 같은 무리수를 동원해서라도 줄기차게 관철시키고자 했던 의제였으며,적어도 지역주의를 제도적인 차원에서 잠재적으로 까부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2012년 이후 선거에서 적어도 고착된 지역구도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나는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기를 도모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개헌제안-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정국 주도력을 급속하게 상실해 나가는 정국과 맞물린다면, 보다 빠른 시일 내에 가시화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국 주도력이 상실되어가는 시점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비판 세력의 비토나 억압을 통한 자기 지지세력의 내부적 결속 보다는,-이것이 벌써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자신과 적대하는 세력과의 필요적인 제휴나 연대를 통해 자신의 노선을 적의 노선과 중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6. 시닉스 2009.05.27 0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이커님이 제시하신 방법이 맞지만 현실에선 구현되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답글을 달려고 했는데 '숨쉬는 바람'님이 왜 구현되지 않는지에 대해 아주 잘 보여주셔서 걍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블로그를 열며...

기타 2009.05.24 18:50
블로그를 열 생각이 없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마주하고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그가 일생을 통해 꿈꾸었던 지역주의의 극복, 특권 없는 사회는 대연정과 같은 정치적 빅딜이 아니라, 경제적 이득의 (생산) 분배 구조를 변화 개선시킴으로써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방법은 이념에 대한 견결한 믿음이나, 개인적인 청렴결백의 유지를 통해서가 아니라 변화하는 현상에 대한 사회과학적인 분석과 이에 걸맞는 정치적 정책적 실천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겠죠. 

노무현의 눈물은 뒤로 하고, 노무현이 좋아했다는 "정연한 논리"를 앞세우는 것이 그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입니다.

이 블로그는 다같이 잘먹고 잘사는 사회, 사회 발전의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 평등을 지향하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 사회과학도가, 한국사회에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연구물들을 공유하는 다소 무미건조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TAG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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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청하는사람 2009.05.24 2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이커님의 글은 읽어보았습니다.
    회의주의자관련 글이었는데 인상깊었습니다.
    근거와 논리를 갖춘 블로그이길 바랍니다.

  2. 해일링 2009.05.25 0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 개설 축하드립니다.
    이곳저곳에서 바이커님의 글을 읽고 팬이된 사람입니다.
    앞으로 좋은글 기대하겠습니다.

  3. 어찌할가 2009.05.25 0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부탁 드립니다..^^

  4. mahlerian 2009.05.25 0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이커님. 블로그 개설 축하드립니다. 자주 뵐게요~

  5. 하킴 2009.05.25 05: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보고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아주 많을텐데, 그가 일생동안 꿈꾸었던 일을 이루는데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면서, 블러그를 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 충격이 가시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통사람인 것을..

    Sociological evidence.. 제목 좋네요.

    자주 들르겠습니다.

  6. 바이커 2009.05.25 1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ll/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로그를 열어 놓고도 쓸데없는 짓을 하는게 아닌가 아직도 확신이 없습니다. 연구를 해서 논문을 발표해야 기여지, 상식적인 얘기, 몇 명 보지도 않는 블로그에 발표해서 무슨 도움이 된다고. 자족적 취미생활의 의미가 훨씬 더 크겠지만, 이거라도 하고 싶어서요. 논문을 발표하면 그것도 소개하겠습니다.

  7. 기린아 2009.05.25 1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바이커님이 블로그를 여셨군요^^ 축하드립니다.^^

  8. 오돌또기 2009.05.25 2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구논문을 몇 명이나 읽는다고...^^

    전문가의 입장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블로그를 이용하는 것도 나름 보람이 있는 것같습니다. 아이디어를 적어 보는 노트 역할, 피드백을 받아 보는 역할로 써 보는 것도 가능하구요. 여러 모로 실험을 해 보시길.

    여튼 소비던스의 발전을 기대합니다.

  9. 바이커 2009.05.25 2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하긴 그렇긴 하네요. 과연 연구 논문을 몇 명이나 읽을지. 이런거는 통계를 낼 방법도 없죠.

  10. 함께 사는 세상 2012.12.10 20: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검색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블로그.
    전문적인 자료와 좋은 글들이 많아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변화를 기대하기에 제 블로그에도 담아 두려고 합니다.

  11. 비이상 2019.01.11 0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나도 소중한 블로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