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 Kim (2024) Aging and the Rise in Bottom Income Inequality in Korea

 

한국에서 한경의 번역 왜곡으로 논란이 되었던 노벨상 수상자 Angus Deaton의 유명한 논문 중에 고령화와 불평등의 관계를 다룬게 있다 (Deaton & Paxson 1994, 1995). 나이가 들수록 인적자본의 리턴이 달라지고, 우연에 의한 인생변화의 확률이 누적되고, 노동소득보다는 자본소득의 상대적 중요성이 커지는데, 상속자산은 늘어난다. 그래서 고연령층 내부의 불평등은 다른 연령층 내부의 불평등 보다 크다. 그런데 고령화는 고연령층의 비중 상승을 의미하고, 따라서 내부 불평등이 큰 인구의 비중이 늘면서 전체 불평등이 증가한다. 처음 연구가 대만을 분석한 것인데, 미국, 일본 연구에서도 이 주장이 검증되었다.  

 

그런데 한국은 일반적인 고령화와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노인 빈곤이다. 한국의 고령화는 불평등 상승 뿐만 아니라 빈곤율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특히 상층에서의 불평등 상승이 아니라, 하층에서의 불평등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언론에서 자주 다루고 일부 학계에서 주장하듯이 톱 1%의 상층이나 상위 10%의 중상층이 중위계층과 분리되는게 아니라 (즉, 상위불평등 상승), 하위계층이 중위계층과 분리되는 현상(즉, 하위불평등 상승)이 고령화로 벌어질거라는게 저의 추론이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했던 주장이다. 이 번 논문은 그 주장을 통계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가계동향조사에서 균등화 시장소득 기준으로 상위 50%에 속하는 가구와 하위 50%에 속하는 가구에서 가구주의 연령 분포 변화를 보여준다. 70대 이상 고령층의 1998년 전체 가구의 1.8%에서 15.9%로 늘어나는데, 보다시피, 그 증가분의 대부분이 하위 50%에 집중되어 있다. 소득상위 50%에서 노인 가구의 증가분은 미미하다. 60대까지 포함하면 현재 하위 50% 가구의 거의 절반이 노인 가구다. 가난한 가구의 절반은 노인가구라는 말이다. 

 

이에 반해, 20-30대 청년 가구층은 인구 감소로 소득 상하위 모두에서 그 비중이 줄어들지만, 하위50%에서 더 크게 줄어든다. 과거에는 하위가구의 절반이 20-30대였는데, 지금은 18% 정도 밖에 안되고, 상위가구에서는 과거에는 40%였는데, 지금은 22%다. 가구 랭킹으로 봤을 때, 청년층 가구의  상대적 소득은 개선되었다. 

 

 

이 블로그에서 몇 번 얘기했지만(예를 들면 요기, 요기), 한국의 불평등은 상위불평등의 변화가 아니라 하위불평등의 변화로 특징지워진다. 아래 그래프에서 A는 가계동향조사고, B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이다. P90P10은 90%포인트 상위의 소득과 하위 10%포인트의 소득의 비율(정확히는 로그 소득의 격차)로 전체불평등을 나타내고, P90P50은 상층과 중위값의 격차로 상위불평등, P50P10은 중위값과 하위 10%포인트의 격차로 하위불평등을 나타낸다. 

 

1998년 이후 지금까지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하든 가금복으로 보든 상위불평등은 거의 변화가 없다. 전체불평등 변화는 모두 하위불평등의 변화에 의해서 추동되었다. 꼭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강남아파트 거주 고소득층과 월급쟁이의 차이가 전체 불평등에 중요한게 아니라, 월급쟁이와 폐지줍는 노인의 격차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질문은 이러한 변화를 추동하는 요인이 무엇인가이다. 

 

거기에 답하기 위해서 RIF (recentered influence function) 회귀분석 기반 요소분해법이라는 최신 통계방법론을 적용하였다. RIF 요소분해법이 이전 방법과 다른 특징은 전체 불평등 뿐만 아니라 상하위 불평등에 끼치는 여러 요인의 기여도를 분해 분석할 수 있다는 거다. 

 

그 결과가 아래 그래프다. Compositional change라는건, 예를 들어, 세대 간 소득격차의 차이는 그대로인데, 고령화로 노인인구가 상승함에 따라 불평등이 얼마나 바뀌는가를 보는거고, Rate Change는 인구구조는 그대로인데, 세대 간 소득격차 변화가 불평등에 끼치는 정도가 얼마인지를 계산한거다. 

 

보다시피 연령의 효과가 가장 크고 확실하다. 나머지 요인은 거의 영향력이 없거나 등락을 보일 뿐이다. 위의 그림을 보면 1998년에서 2008년까지는 불평등이 상승하고, 그 이후로는 하락한다. 그런데 아래 그림을 보면, 고령화는 전체 불평등이 줄어드는 2008년 이후에도 불평등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이다. 1998-2008년 사이의 시장 소득 불평등 증가의 2/3는 하위소득 불평등 증가 때문이고, 이 증가의 절반이 순전히 고령화 때문이다. 2008-2016년 사이의 시장소득 불평등 하락은 고령화라는 구조적 불평등 증가요인에도 불구하고 하위계층의 소득상승으로 인하여 불평등이 줄어든 것이다. 

 

이 결과는 앞으로 고령화가 더 진행되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상당한 추가 상승 압박을 받을거라는 의미다. 하위계층, 특히 고연령층의 소득 상승을 위한 정책적 조치가 없으면 불평등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2008-2016 사이에 지속되는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이 줄어드는 이유는 하위계층 노인 가구의 소득 상승 때문이다. 노인층을 제외하면 소득 패턴에 거의 변화가 없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60세 이상 고연령층 중 하위 10%p의 소득이 2008년 이후 크게 늘었다. 그 이유는 취로 사업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보수언론에서 매 번 비난하는 푼돈주는 노인알바 일자리다. 이 일자리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맞물린 MB 정권의 4대강, 재정확대에서 시작되었다는게 아이러니. 

 

 

위 그래프와 본문의 요소분해 결과를 종합하면,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composition)가 한국 불평등 증가의 첫 번째 구조적 압박 요인이고, 고연령층 내부의 소득변화, 특히 저소득 고연령층의 소득 변화(rate)는 한국 불평등 등락의 제 1 결정 요인이다.

 

한국 불평등이 최상층의 문제라는 판타지에서 벗어나, 대부분 신경쓰지 않는 폐지줍는 노인의 가난의 문법이라는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한국은 국민연금 등 공적부조가 불평등을 오히려 늘리는 아이러니가 있는데, 상당수의 은퇴 노인이 국민연금 혜택을 받을 때 까지 노령연금을 대폭 올리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Ps 1. 위 결과는 한국의 불평등 변화를 China Shock로 보는 최병천 소장 가설에 대한 간접적인 반박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불평등이 변화하는 이유가 China Shock라면 노인층에서만 하위 소득이 줄거나 늘어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주노동계층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야지. 

 

Ps 2. 위의 요소분해 그래프(세번째 그림)에서 교육의 rate 효과가 0인데, 이는 기술변화로 인한 숙련편향 임금변화 효과가 한국에는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학 교육팽창은 고학력자 공급확대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고학력자와 저학력자의 상대적 임금 격차는 숙련편향 기술변화에도 불구하고 늘어나지 않았다. 대학 팽창이 불평등 상승을 억제했을 가능성이 높다.  

 

Ps 3. 위의 요소분해 그래프(세번째 그림)에서 Household composition과 economy of scale의 rate 효과 변동폭이 큰데, 그 이유는 두 효과가 서로 상쇄하기 때문이다. 두 효과를 합치면 거의 평평한 선이 된다. 그러니까, 걍 통계적 우연이다. 이 두 효과가 무엇인지는 논문 참조. 논문은 캔사스대학과 Elsevier의 계약 덕분에 게이트없이 무료 다운 가능하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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