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MS 자료를 이용하여 시리즈로 내고 있는 성별 소득 격차의 세 번째(이자 아마도 마지막) 연구. 첫 번째 연구가 대졸 직후 성별 소득 격차를 밝히는 것이고, 두 번째 연구가 그 원인이 여성차별에 있음을 밝히는 것이었는데, 이 번 연구는 대졸 직후 동일한 일자리를 가졌을 때 소득 성장률이 성별로 어떻게 다른가를 살핀 것이다. 이 번에는 신희연 선생과 같이 연구했다.
자료는 2008-2010 GOMS의 1차 조사와 2년 후 추적 조사를 사용했다. 더 최근 자료를 사용하면 좋겠지만, 1차 조사 2년 뒤에 동일 응답자를 추적 조사한 건 이 때 뿐이다. 그 이후에는 추적 조사를 중단했다. 분석 대상은 4년제 대졸 후 1,2차 조사 모두에서 일자리가 있던 응답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졸 직후 일자리를 가진 다음에 2년 동안 여성의 임금 증가율이 남성보다 평균 9% 낮다. 동일 학교, 동일 전공, 동일 근무 시간, 동일 일자리를 가졌을 때 여성의 2년 동안의 임금 성장률이 남성보다 9% 낮다는 의미다.
물론 스토리가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지금부터 어떻게 복잡한지 얘기하고자 한다.
동일 일자리를 통제하지 않고 임금증가율의 평균만 보면 여성은 남성보다 단지 2.8% 낮다. 9%의 격차는 일자리가 같을 때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1차 연도에 임금이 낮은 일자리를 가질수록 2년후 임금 상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성은 1차 연도에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를 가질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고, 비슷하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한계 일자리>에서 여성의 임금상승률은 남성보다 9% 낮지만, 1차 연도 한계 일자리 취득자의 임금상승률이 높아, <한계 일자리>에 여성이 집중된 분포 효과로 평균 임금 상승률 차이는 2.8% 밖에 안되어 보이는 것이다. 임금 상승률 순효과는 9%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또한 1차 연도에 <한계 일자리>를 가지면 2년 뒤 일자리를 바꾸는 확률도 높고, 일자리 변동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2년 동안 남성은 34.5%가 일자리를 바꿨지만, 여성은 44.8%가 일자리를 바꿨다. 채용해도 여성은 금방 그만둔다는 얘기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 (대기업+정규직+평균이상 임금), <적당한 일자리>(나머지 모든 일자리), <한계 일자리>(중소기업+비정규직+낮은임금)으로 나누었을 때, 1차 연도에 <좋은 일자리>의 비중이 남성은 27.1%, 여성은 11.5%, <한계 일자리>는 여성이 42.9%, 남성이 22.8%다.
이 때문에 성별로 동일한 조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3단계 가중치를 적용했다. Inverse Probability Treatment Weighting이라는 기법을 확대 적용한 것인데, (기존의 샘플링 가중치)*(3년차에도 계속해서 일할 확률)*(인적자본과 1차 연도 노동조건의 성별격차 조정)로 최종 가중치를 준거다. 이렇게 하면 1차 조사에서 학력, 전공, 일자리의 임금 수준, 노동시간 등의 성별 격차가 모두 사라진 성별 균형 샘플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성별 조건을 동일하게 맞추면 여성의 임금 상승률이 남성보다 9% 낮다는 거다.
그런데 임금상승률의 성별 격차가 <한계 일자리>나 <적당한 일자리>에서는 9%에 달하지만, <좋은 일자리>에서는 4.5%로 줄어들고, 추가로 1-2차 연도 사이의 일자리 변동, 결혼, 직무 변동 등을 통제하면 성별 격차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바뀐다. 다시 말해, 대기업의 괜찮은 일자리에서는 성별 임금증가율 차이가 크지 않고, 그 작은 격차도 직무 변동이나 승진 등에 의해서 설명된다. 하지만 그 이하 일자리에서는 어떤 변수를 통제하더라도 상당히 큰 성별 임금증가율 격차가 있다.
동일 일자리에서 성별 임금 격차와 기회 격차가 없다는 주장은 여성 중 상위 10%만이 차지하는 <좋은 일자리>의 스토리를 전체로 일반화한 오류다. 인사부가 크고, 임금과 인사조치가 규정화된 대기업에서의 성별 차이가 작지만, 여성 임노동자의 90%가 경험하는 현실은 이와 크게 다르다.
그런데 대기업에서는 다른 방식의 성별 격차가 존재하는데 바로 승진 기회의 차이다. <한계 일자리>보다 <좋은 일자리>에서 여성의 승진 확률이 남성보다 더 크게 낮다 (성별 격차 5%p vs 8%p). 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여성은 남성보다 승진 때문에 일자리를 바꾸는 확률이 높다는거다. 승진에 뒤쳐지는 현실에 짜증이 나서 설사 임금이 그렇게 높아지지 않더라도 승진이 되는 일자리로 바꾼다. 이런 경향은 여성은 남성보다 한 조직에 충성하기 어려운 구조적 조건이 있다는거다. <한계 일자리>에 있다보니 임금 상승을 위해서, 승진이 안되다보니 승진을 위해서, 여성은 남성보다 일자리를 더 높은 확률도 바꿀 수 밖에 없다. 이에 반해 남성은 일자리 변동의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다. 일자리를 바꿀 때 남성은 임금이 평균 20% 정도 높아지는데, 여성은 10% 정도만 높아진다.
또 다른 발견 중 하나는 결혼의 효과다. 남성은 결혼이 임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데, 여성의 결혼은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같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임금이 하락하는건 아니고, 여성의 결혼 후 임금 하락은 일자리를 바꾸기 때문이다. 동일 일자리에서는 남여 모두 결혼이 임금에 끼치는 영향이 없다. 그런데 결혼 후 일자리를 바꾼 사람 중 남성은 임금 변동이 유의하지 않은데, 여성은 임금이 16% 낮아진다. 이러한 변동이 자의에 의한 self-selection인지 구조적인 압력이 있는건지는 이 연구가 밝히지는 못한다. 그리고 결혼이 여성에게 끼치는 이런 부정적 영향은 <한계 일자리>에서 상당히 크고, <좋은 일자리>에서는 미미하다.
결론은 클라우디어 골딘이 얘기한 성별 임금 격차는 차별보다는 커리어와 가족 간의 선택의 문제가 되어 성별 격차의 <마지막 챕터>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일부 국가에 한정된 얘기지 한국의 현실이 아니라는거다. 논문에서는 길게 얘기했는데, 미국, 유럽의 연구에서 일자리가 동일할 때 성별 임금 상승률 격차가 거의 없다는 연구들이 있다. 한국은 이러한 <마지막 챕터>에 들어서지 않았다. 한국의 대졸 청년 여성 노동자는 노동시장 진입 당시 일자리 할당에서, 노동시장 진입 후 임금 상승률에서 이 중의 차별을 겪고 있다.
Ps. 이 번 연구의 가장 큰 단점은 자료가 2008-2010으로 약 15년 지났다는거다. 요즘은 달라요라는 주장을 검증하기 어렵다. 그런데 성별 소득 격차를 다른 어떤 자료보다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던 GOMS 조사는 2020년을 마지막으로 조사가 중단되었다. 조사 폐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 잠시 미루었다가 결국 조사를 중단했다. 중단했던 2차 추적조사를 다시 시작해도 모자랄판에.
Pps. 다른 분들은 이런 경험이 여러 번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 연구는 저널에 제출 후 1차 심사에서 무수정 채택된 유일한 논문이다. 지금까지 첫 제출에 conditional accept은 몇 번 받아봤지만, 첫 제출에 무수정 채택은 이 논문이 유일하다.
Ppps. 논문은 학교와 Elsevier의 계약 덕분에 무료 다운로드가 된다. 논문을 한글로 옮긴 번역본도 있는데, 혹시 한글본이 필요하신 분들은 비밀답글로 본명과 이멜을 남겨주시면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