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트루만, 프랭클린 루즈벨트 (FDR), 시오도르 (테디) 루즈벨트, 린든 존슨, 빌 클린턴.

이들은 모두 미국 역사가들이 꼽은 위대한 대통령 중에서 항상 상위권에 드는 인물들이다. FDR, 존슨, 클린턴은 민주당이고, 테디와 트루만은 공화당이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전국민의료보험을 실행하려다가 실패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4천만명이 의료보험이 없다고 하는데, 이는 인구의 약 20%. 달리 얘기해서 인구의 80%는 의료보험이 있다는 얘기다.

전국민의료보험 도입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기 자신의 의료보험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고 여기지 않으면 80%의 기존 가입자들이 비용상승과 의료서비스 질 저하를 가져올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20%의 추가가입자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

경제 위기 뉴스가 신문과 방송 지상을 카바할 때, 자신의 의료보험도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에 전국민 의료보험 지지율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촉진 정책의 성공으로 더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되자 사람들이 그 때의 두려움은 잊고 자기 주머니에서 혹시라도 더 나갈 돈 걱정만 하게된거다. 기본적으로 이기심의 발로다.

FDR이 자본주의 전체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던 힘은 1929년의 주식시장 붕괴와 이어진 경제위기가 공화당 정권 하에서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대통령에 취임했기 때문이다. FDR이 뭘해도 설마 지금보다야 나빠지겠느냐는 자포자기식 기대가 있었다.

오바마는 경제 위기 초기에 정권을 잡고 공격적인 대응으로 위기를 잘 극복한 능력 때문에 정작 필요한 의료개혁, 복지확대를 추구할 정치적 자본을 잃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다시 개혁보다는 현상유지를 원하게 된 것.

게다가 이미 메디케어, 메디케이드로 사람들이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노년층과 유년층은 미국 민주당의 노력 덕분에 모두 보험카바가 된다. 남아있는 사람들과 동병상련을 느끼지 않는다. 민주당에서 의료 취약 연령층에게 보험을 제공했기 때문에 오히려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분명 전국민 의료보험이 전체 사회에 득이 되지만, 기존 의료보험 가입자인 80%에게 돌아올 이익은 장기적이고 게다가 간접적이다. 어려운 난관에도 불구하고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를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자본이 필수적이고, 시민들의 형제애와 동료의식이 필요한데,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Posted by sovidence
,
이코노미스트 기사.

미국 대입 시험인 SAT 시험 결과를 보니까, 큰 강의실에서 여러명이 같이 시험봤을 때의 평균 성적이 작은 강의실에서 적은 숫자가 응시할 때 보다 낮았다.

Garcia & Tor 교수는 이 결과가 큰 강의실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경쟁자가 너무 많다고 생각되면 경쟁을 포기하기 때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몇가지 실험을 했다.

우선 쉬운 문제를 빨리 푸는 실험. 각 학생은 모두 독방에서 혼자 시험을 보지만 상위 20% 안에 들면 5불을 준다고 얘기했다. 그 중 절반에게는 경쟁자가 10명이라고 얘기하고 다른 절반의 학생에게는 경쟁자가 100명이라고 알려주었다. 결과는 경쟁자가 10명일 때는 평균 28.95초만에 문제를 풀었는데, 100명일 때는 33.15초가 걸렸다.

또 다른 실험. 이 번에는 5키로 마라톤을 뛰는데 상위 10% 안에 들면 1천불을 상금으로 준다면 얼마나 빨리 뛸 것인지 물어봤다. 7점 리커트 척도로 얼마나 노력을 기울일지 물어본 결과, 경쟁자가 50명이라고 가정한 집단은 7점 만점에 평균 5.43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는데, 500명이라고 알려준 집단은 4.89만큼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대답하였다.

즉, 경쟁자의 숫자가 많으면 설사 성공확률이 같더라도 노력을 적게하는게 인간의 심리라는 거다. 옆에 경쟁자의 숫자가 적어야 오히려 더 열심히 한다는 것.


ps. 그러니 전국 일제고사 너무 좋아하지 마시라.
Posted by sovidence
,
http://www.voxeu.org/index.php?q=node/3823

아시아가 아닌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발전한 이유는? 전쟁, 흑사병, 지저분한 도시의 질병 덕분!

농담이 아니고, 산업혁명이 유럽에서 일어난 원인을 찾는 이론이다. 최근에 특히 주목을 받는.

논리인즉 이렇다. 산업혁명 이전의 인류의 복지 수준은 농업생산력과 인구수에 의해서 결정된다. 인구가 늘면 1인당 식량이 줄어서 피폐해지고, 인구가 줄면 동일한 농업생산력 대비 1인당 식량이 늘어서 풍족해진다. 이른바 Malthusian Trap. 산업혁명 이전의 인류 경제사는 요 한 마디로 정리 끝. 그렇다면 유럽은 어떻게 맬더시안 트랩에서 벗어났는가?

유럽은 아시아와 달리 호전적이었는데, 전쟁으로 사람이 죽으면 살아남은 사람에게 돌아갈 잉여농산물이 늘어난다. 총균쇠에서 나오듯이 유럽인들은 동물과 같이 살아서 각 지방민들은 나름의 면역체계를 발전시켰는데, 전쟁으로 군인이 이동하면 질병도 같이 이동해서 점령지의 사람들을 죽인다. 전쟁 자체보다 인구 이동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사망률이 높아진다.

특히 14세기의 흑사병 덕분에 유럽 인구의 절반 정도가 죽자, 1인당 잉여농산물이 늘었고, 그 덕분에 농업 이외에 다른 산업에 종사할 잉여인력이 발생하고, 잉여인력은 도시에 모이게 된다. 흑사병이 얼마나 당시 유럽인들의 복지에 혁혁한 기여를 했던지, 흑사병 직후(15세기)의 경제수준을 유럽인이 되찾은 시기는 19세기 초라는 계산도 있다. 도시화의 진전은 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발전된 산업 덕분에 생겨난 잉여 자본으로 군주들은 그들에게 가장 이득이 남는 산업인 전쟁을 벌인다. 전쟁은 다시 질병의 확산, 사망률의 증가를 가져와서 맬더시안 트랩을 막는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똥을 모아 거름을 만들었지만, 유럽은 창 밖으로 똥을 버려서 길바닥이 똥바닥이었다. 덕분에 도시의 사망률은 특히 높았다. 똥통 속에서 사는데 어떻게 오래 살 수 있겠는가. 이는 다시 농촌 지역에서의 높은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망률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게 만들고, 덕분에 인구 증가로 인한 잉여농산물 감소가 일어나지 않게 되고, 산업발전을 더욱 촉진한다. 똥독으로 가난한 도시인이 죽으면 부유한 농촌 출신이 그 자리를 메꾸는 시스템.

아시아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고 식민지가 되는 굴욕을 겪은 이유는, 평화적이고, 질병이 없었고, 청결했기 때문이다. 이 글의 저자는 다음과 같은 "제3의 사나이"의 오손 웰즈의 대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보르지아 가문이 30년간 지배할 때 이탈리아는 전쟁과 테러, 살인과 유혈극으로 시달렸지. 하지만 그들은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르네상스를 낳았네. 형제애가 남달랐던 스위스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누리며 500년을 보냈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게 뭐가 있나? 뻐꾸기 시계 뿐…”


Posted by sovidence
,
http://www.voxeu.org/index.php?q=node/2472

이태리에서 1990년대에 노후 연금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되자, 사람들이 갑자기 아이를 많이 가지기 시작했다.

자녀는 노후보장대책의 하나라는 것.

이 발견은 연금이 줄어들면 소비를 줄일 것이고, 그에 따라 출산율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에 반하는 것으로, 자녀는 "소비재"가 아닌 "투자(저축?)"라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노후보장 복지대책이 없는 한국에서 자녀를 안가지 이유는? 명박정부가 다 알아서 해줄 것으로 막연히 믿기 때문? 아니면 산업발전 기간 동안 노년이 불행해지는 경우를 한 번도 못봐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감이 없기 때문? 나는 후자에 베팅.

우리나라 인구에서 386(특히 80년대 후반 학번)과 90년대 초반 학번이 가장 코호트 사이즈가 큰 집단이다. 대학들어갈 때 박터졌던거 기억나시지들?

이들의 노년을 보장하는 대책은 개인적으로는 (1) 자녀와 (2) 저축이 있고, 사회적으로는 (3) 생산성높은 (4) 많은 노동인구가 있다. 그런데 이들 코호트의 자녀는 1명 밖에 없고, 게다가 저축율마저 떨어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노후대책은 안습. (1)과 (4)는 이미 거의 물건너 갔고, (2)는 현재의 소비 정도와 자녀의 교육 혼인에 쏟아붓는 비용으로 봤을 때, 전망이 안보임. 마지막 대책 (3)은 몇 번에 걸친 신경제 포스팅에서 알 수 있듯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세대로써 386이 불행해진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들의 말년이 될 것이다. 386의 정치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인구구조 때문에.
Posted by sovidence
,
비정규직법이 실행되면 100만 실업이 발생하고, 이는 "추미애 실업"이라고 명박정부와 H당에서 선동하던게 뻥으로 증명된 지금, 미국의 노동 관련 여성 정치인 한 명이 생각난다.

Frances Perkins.

미국 최초의 여성 장관. 그것도 여성부나 내무부, 복지부 등이 아닌 노동부 장관이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재임기간 12년 내내 장관을 한 여자. 우리가 알고 있는 아동노동제한, 주당 40시간 노동시간제, 고용보험, 최저임금제, Social Security, 30%에 달하는 노조가입률이 모두 그녀의 장관 재임 기간 중 이루어졌다. 오늘날의 상식적 노동복지가 상식이 아니던 시절에, 새로운 상식을 창출한 위대한 여성이다. 

원래 사회운동가였던 그녀가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된 계기는 Triangle Shirtwaist 공장 화재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146명의 노동자가 소사하거나 창문에서 몸을 던져 추락사하였다. 이 공장은 원래 극렬한 노동운동으로도 알려져 있었고, 그에 대응하는 사측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열악한 작업 환경이었지만, 그 당시의 가격 경쟁에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들 했다.

노조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 그녀에게 괘씸하게도 노조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남성 쇼비니즘이 지배하는 노동현장에서 여성 노동부 장관은 인기가 없었다. 이런 어려움에도 노동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그녀는 옷차림도 커리어 우먼이 아닌 일반 여성처럼 입고, 저녁 식사 자리에도 장관석이 아닌 장관 부인석에 앉았다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반여성적인 문화적 편견을 무마하고 그녀가 가지고 이는 정책적 아이디어를 시행하고자 했다.

그녀는 또한 2차 대전 기간 중 여성들도 군대보내자는 생각에 반대하고, 여성을 산업현장에 투입하는 정책을 세우는데 일조했다. 2차 대전 후 한 번 노동시장에 진입한 여성들이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일자리에 계속 남은 건 널리 알려져 있다.

편견을 우회하여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낸 정치인, 정책가, 액티비스트.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이런 능력이겠지.


이코노미스트 기사.
위키피디아.
Posted by sovidence
,
며칠 전 여성의 임금이 오르면 출산률이 떨어진다는 KDI 보고서가 논란이 된다는 기사를 봤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늘어나면 기회비용이 높아져서 출산률이 떨어진다는 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의 유명한 논문이다. 게리 베커는 사회학의 나와바리를 침범해 사회학적 주제를 경제학적 방법론으로 연구하여 노벨상을 받았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노동참여율이 높아지고,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이 늦어지고, 가임기간이 짧아지고, 출산률이 떨어진다. 여성 임금이 오르면 집에서 애낳고 기르는 것 보다 사회활동하는 것의 유인이 높아지니, 출산률이 당연히 떨어진다. 몇 십년 전에 다 밝혀진 내용이다. 새로운 내용이 없다.

한 편 우리나라는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로 노동인구가 줄어들 것을 염려해야 하는 국가다. 이의 해결책은 여성 노동력의 광범위한 투입 밖에는 답이 없다. (이게 아니면 대규모로 이민 인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노동참여 등으로 출산률이 낮아서 문제인데, 노동인구의 감소 대책은 여성의 노동참여 밖에 없는 모순적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임금이 오르면 출산률이 떨어진다는 하나마나한 보고서를 내니 욕먹어 싸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여성 지위는 국제적으로 바닥을 기고 있지 않은가.

KDI에서 연구할 주제는 어떤 여성 프렌들리 정책이 여성의 노동시장 유입 촉진과 출산률 증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지다. 여성 고용과 출산률을 동시에 높이는 복지 대책 밖에는 답이 없다는 소린데, 한정된 예산에서 어느 정책이 우선시되어야 할지, 그 답을 KDI에서 줘야하지 않겠는가.
Posted by sovidence
,
경향기사: 비정규직법 한 달 실직자는 4839명.

영삼옹이 호헌철폐 1독재타도 천만인 서명운동을 제안했을 때, 누군가가 1천만명 서명은 불가능하다고, 백만인으로 하자고 했단다. 그 때 영삼옹 대답이 "누가 세워보냐, 그냥 해" 였다지.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1백만명의 실업대란이 발생하고, 그 실업대란은 "추미애 실업"이라고 정부와 여당이 협박을 했었다. 그들의 예상은 아마, 비정규직법은 철폐되서 실제 실업자수가 얼마인지 세볼 일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으리라.

명박정부와 H당에게는 재수없게도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실업자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세워볼 수 있게 되었다. 결과는 한 달간 4839명. 4만8천명도 아니고, 4천8백명이다. 100만명 실업자 예측의 0.4% 만이 현실화되었다.

100만 실업자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숫자인지는 현재 한국의 총실업자 수가 약 100만 가량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명박정부의 논리는 이 법 때문에 갑자기 실업자가 200만명으로 2배로 된다는 것.

현재 실업률이 3.8%정도 되니, 갑자기 실업률이 두 배로 뛴다는 거다. 참고로 IMF 직후에 총 실업자 숫자가 150만명이었다. 비정규직법이 IMF를 불러온 경제위기보다 더 위력이 세다는 초강력 공갈 협박이었다. 

근데 비정규직법으로 100만 실업이 발생한다는 얘기는 도대체 누가 처음 한 건가? 어떤 인간인지 그 이름을 기억해 두고 싶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