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인빈곤이 심각하다는 것은 상당히 자주 얘기했는데, 한국의 청년빈곤 문제가 크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은 별로 얘기하지 않았다.
아래 그래프는 2017-2018년 현재 18-25세 청년층의 빈곤율이다 (데이터 원소스는 요기). 가구균등화 가처분소득 중위값의 50% 이하에서 사는 청년의 비율이다. 보다시피 OECD 평균이 13.1%인데, 한국은 11.3%로 낮은 편이다.
한국과 비슷하게 전체 빈곤율이 높다는 미국의 청년 빈곤율은 18.5%고, 일본은 17.6%로 한국보다 크게 높다. 복지국가라는 노르웨이, 덴마크, 네델란드도 매우 높은 청년 빈곤율을 보인다. 스웨덴도 약간이나마 한국보다 높다. 복지국가에서 청년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정책의 미비 때문이다. 전체 빈곤율은 이들 복지국가가 한국보다 훨씬 낮다.
한국에서 청년 빈곤율이 낮은 이유는, 다른 나라와 달리 청년층 대부분이 부모와 같이 살기 때문이다. 40~50대 연령층의 빈곤율이 낮으니 이들과 같이 사는 청년의 빈곤율도 낮다.
IMF 관리체제 이후 가족이 해체되면서 빈곤이 급증했다. 하지만 가족해체는 주로 노년층과 그 이하 세대의 분리였지, 청년층과 장년층의 분리거나, 유년층과 장년층의 분리가 아니었다. 가족복지에서 사회복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청년층은 여전히 가족복지의 틀 안에서 보호되고 있다. 청년기본소득 아이디어의 효율성에 대해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청년층이 아닌 25-65세의 핵심노동인구층을 보면 한국의 빈곤율은 11.8%로 OECD 평균 10.0%보다 높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핵심노동인구층의 빈곤율이 청년층보다 낮은데, 한국은 핵심노동인구 빈곤율이 청년층보다 높은 몇 개 안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렇게되는 이유는 한국의 50대 중반 이상 은퇴하는 연령층에서 빈곤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년 문제가 없다거나, 청년 지원은 하지 말아야 하다는 주장을 할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비교 사회학적 관점에서 문제가 덜 심각한 청년문제는 크게 주목받고, 문제가 훨씬 심각한 고연령층은 덜 주목받는 사회적 담론의 모순을 계속 상기시키고 싶은 것이지.
댓글을 달아 주세요
Spatz 2021.01.03 1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알 사람은 다 아는 거겠지만, 청년층이 정치적으로 흔들기 좋은 계층이라 그런거 아니겠나.. 싶습니다 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네, Spatz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마요 2021.01.03 1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청년층이지만 노인 빈곤율에 더 신경써야한다고 봅니다. 그러면 역설적으로 출산율(자살율은 당연히 떨어질거라고 생각해서 제외)도 오를거라고 봅니다. 한국인들이 생각보다 출산율에 장기적인 변수를 많이 계산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
동의합니다. 한국은 공시적 불평등의 문제보다 통시적 불안정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키비쳐 2021.01.04 1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년층이면서 동시에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하는 입장이지만, 청년층과 노년층 둘 중에 어느 쪽의 빈곤문제가 더 중요하고 심각하냐고 질문하면, 망설임없이 노년층이 심각하다고 이야기할 겁니다. 무엇보다 청년층은 가족이라는 지지 기반이 강하고, 노년과 비교했을 때, 일할 여력이 더 남아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도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는 등록금 문제, 주거 문제, 아르바이트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대학생이 정말로 가난하게 사는구나.’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대학원생으로 있을 때, 청년 1인가구 돌봄콘텐츠 제작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대학 주변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그 동안 생각했었던 ‘가난한 대학생’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와서 놀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가난한 대학생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혹시 그 설문조사로 연구한 결과가 있나요?
바이커// 연구한 결과는 없습니다. 애당초 그 설문조사가 청년 1인가구 돌봄콘텐츠 기획하는데 참고자료로 활용될 목적으로 한 거라서, 현황과 수요만 분석하는 수준에서 끝났습니다. 설문조사 자체도 한계가 명확해서(동대문구 지역 한정, sampling bias, n의 숫자), 저도 '대학생이 모두가 가난한 것은 아니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끝냈습니다.